‘벌써 7만5천명 유입’…따뜻한 봄 오면 유럽 난민위기 재점화

‘벌써 7만5천명 유입’…따뜻한 봄 오면 유럽 난민위기 재점화

입력 2016-02-17 13:27
수정 2016-02-1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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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준비 여전히 미흡한 가운데 동유럽·오스트리아 등 장벽 높여

한겨울 날씨에도 올해 들어서만 벌써 7만 명 이상의 난민이 유럽 대륙에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곧 봄에 접어들면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이 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지만 이들을 맞을 유럽 국가들의 준비가 여전히 미흡해 최악의 난민위기에 다시 직면할 전망이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올해 첫 6주 동안 바다를 건너 유럽에 도착한 난민 숫자는 7만5천여 명이다.

이는 난민 대량유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5배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100만 명 이상의 난민 유입으로 홍역을 치른 유럽 각국은 겨울이 되면 유입세가 크게 꺾일 것으로 내다봤지만, 그리스 섬들에는 겨울에도 매일 수천 명이 도착해 이런 예상을 뒤엎고 있다.

유럽행 난민을 실은 배가 매일같이 강풍이 휘몰아치는 겨울 바다를 건너는 탓에 올해에만 벌써 400명 이상이 바다에 빠져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몇 주 안으로 봄 날씨가 시작되면 유럽행 난민이 더욱 쇄도할 것이 유력한 데다 독일 정부가 올해 자국에만 50만 명이 들어올 것으로 보고 관계 당국에 대비를 지시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나와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준비 상황은 작년에 비해 나아진 게 없고 오히려 여건이 더 나빠졌다고 WP는 진단했다.

실제로 난민들의 유럽행 1차 관문인 그리스와 이탈리아에 난민 심사를 위한 ‘핫스팟’ 11곳을 세우겠다는 계획은 이번주 초까지 단 3곳 운영에 그치고 있고, 16만 명을 나라별로 분산 배치하겠다는 유럽연합(EU)의 할당 계획을 적용받은 난민도 500명 미만에 불과하다.

게다가 난민들에 대한 장벽을 높이는 유럽 국가들이 늘고 있어 밀려드는 난민들이 중간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폴란드와 헝가리를 포함한 동유럽 국가들은 ‘반(反) 난민’ 전선을 구축하고 난민들이 그리스를 넘어 유럽으로 더 깊숙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야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지난 15일 “지금 유럽은 이슬람의 침입을 막는 데 있어서 무방비 상태”라며 그리스 북쪽과 불가리아, 마케도니아 국경에 철조망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유럽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난민 수용에 우호적이었던 서유럽 일부 국가도 점차 국경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요한나 미클-라이트너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헝가리와의 남쪽 국경에서 검문소 12곳을 운영해 하루 입국할 수 있는 난민 숫자를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클-라이트너 장관은 “펜스가 필요하다면 물론 추가로 펜스를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난민 포용정책을 펴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더욱 안팎의 압력에 시달리게 됐다고 WP는 분석했다.

메르켈 총리는 난민 해법 마련의 분수령이 될 18일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난민 수용 의사가 있는 북유럽 등의 국가들과 연합을 구성해 망명자격을 얻은 난민을 그리스와 터키로부터 직접 데려와 정착시키자는 제안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가 유럽 정상들을 회유하는 데 실패한다면 난민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고 유엔 난민기구(UNHCR)는 내다봤다.

윌리엄 스핀들러 UNHCR 대변인은 “유럽 국가들이 ‘우리는 이미 충분히 받았다’고 잇따라 말하는 도미노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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