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 호텔, 식당 지어놓고 유커들 위안화 싹쓸어가
‘유커(遊客)’로 불리는 중국 관광객이 몰리는 유명 관광지마다 중국 자본 투자가 뒤따르는 현상이 태국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자본은 유커들이 뿌리는 위안화를 다시 거둬들여가 현지 관광업계의 불만을 사고 있다.태국 일간 ‘더 네이션’은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인 치앙마이 등에 중국 자본이 몰리면서 영세한 지역 관광산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북부 치앙마이주(州) 관광협회에 따르면 현재 이 지역에는 중국인들이 장기 임대해 영업하는 호텔과 아파트, 호스텔 등이 12곳에 달한다.
이들 숙박업소는 주로 저가 패키지 여행상품을 이용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숙소를 제공한다. 이곳에서는 태국 바트화가 아닌 중국 위안화로 결제가 이뤄지며, 직원들도 모두 중국인들이다.
태국 관광에 나선 중국인 관광객들이 쓰는 돈을 중국 업체가 고스란히 되가져가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런 영업 형태를 ‘제로 달러 투어’(Zero dollar tour)라고 부른다고 신문은 전했다. 제로 달러 투어는 중국과 한국에서 성행하는 ‘패키지 여행’을 뜻하는 것으로, 여행비 자체는 매우 저렴하지만 관광 중 갖가지 가게에 들러 관광객의 지갑을 열게 만들어 바가지를 씌우는 여행 방식을 말한다.
이처럼 중국 자본의 관광산업 투자에 위협을 느낀 현지 업계는 중국인들이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고 있다며 당국에 단속을 주문하고 나섰다.
치앙마이관광협회의 뽄차이 지트나바사티엔 회장은 “지난해 치앙마이에서 중국인들이 쓴 돈이 200억 바트(약 6900억원)에 이르자 중국 자본이 현지 관광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그들은 아파트나 호스텔을 장기임대한 뒤 관광객을 상대로 숙박영업을 하는데, 상당수는 정식 허가도 없이 영업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치앙마이에서만 1000개가 넘는 식당들이 중국어 간판을 내걸고 중국식 메뉴를 팔고 있다면서 “중국자본이 요식업까지 진출해 불법 영업을 하지 않도록 당국이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불만이 늘자 당국도 업계를 상대로 실태 파악에 나섰다.
태국 법무부 산하 특별수사국(DSI)는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제로 달러 투어’의 폐해와 중국인들의 불법 영업 실태 등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한편,태국 관광체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793만 4791명으로 전년(463만 6298명)보다 71.1%나 급증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