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과반의 벽’ 못 뚫어…루비오 ‘조기 단일화’ 주목크루즈 ‘기독교표심’ 되찾는 게 관건
20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가 치러진 이후 미국 공화당 대선판은 도널드 트럼프-마르코 루비오-테드 크루즈 간의 ‘3파전’으로 굳어졌다.3자 모두 경선결과를 유리하게 해석하며 승기를 잡았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중대한 물음표에 직면해있다는 게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연이어 대승을 거든 트럼프는 여전히 ‘과반의 벽’을 넘지 못하는 불안한 1위이고, 2위에 치고 오른 마르코 루비오는 조속히 ‘주류 단일후보’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큰 숙제다.
기대만큼 기독교인들의 표를 얻지 못한 테드 크루즈가 오는 3월1일 ‘슈퍼 화요일’에 집중된 남부 주(州) 경선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역시 미지수다.
◇ ‘40% 천정’ 못 뚫은 트럼프 = 트럼프는 이번 경선에서 32.5%로 2위인 루비오를 10% 포인트 차로 크게 따돌렸다. 그러나 이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지난 10차례 치러진 공화당 프라이머리에서 가장 낮거나 두번째로 낮은 1위 득표율”(워싱턴 포스트·WP)이라는 지적이다.
트럼프가 여전히 전국 지지율에서 `부동의 1위‘이고 앞으로 ’슈퍼화요일‘ 경선에서도 단연 유리한 고지에 있지만 ’30%대의 1위‘로는 당의 대선후보로 지명받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 특히 여론조사 기관인 ’유매스 폴‘의 브라이언 쉐프너는 AFP 통신에 “트럼프는 40% 안팎이 ’천정‘”이라고 분석했다.
중도 사퇴한 젭 부시에 이어 3월 중순께 거취표명이 예상되는 존 케이식의 표가 루비오나 크루즈에게 몰린다면 판이 미묘해질 수 있다.
더욱이 트럼프의 연승 행진으로 ’주류의 저항‘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루비오를 ’대항마‘로 세우면 트럼프를 저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WP는 “전통적인 공화당 후보라면 지명에 아무 문제가 없지만 현대 보수주의를 부정하는 트럼프여서 당내 회의론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 ’단일화‘ 급한 루비오…케이식 변수 = 루비오는 이번에 2위에 오르면서 당 주류를 대표하는 단일후보로 올라설 기회를 잡았다.
특히 지지기반이 겹치는 부시가 사퇴하면서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2012년 대선때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가 공개 지지할 것으로 알려진 점도 호재다. 당 지도부도 노골적으로 밀어주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루비오로서는 ’단일화의 타이밍‘이 중요하다. 적어도 23일 네바다 경선을 거치면서 ’단일후보‘로 부상해 3월1일 ’슈퍼화요일‘과 3월15일 ’미니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승기를 잡아야 한다. 이후에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한 주(州)들의 경선이 줄줄이 예고돼 있어 지지율 선두인 트럼프에게 단연 유리한 구도다.
문제는 주류 ’군소‘ 후보인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 적어도 3월 중순까지 경선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보이는 점. 자신이 주지사로 있는 오하이오주 경선(3월15일) 때까지는 사퇴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7.6% 득표율로 5위를 기록한 케이식은 3월8일 미시간 주 경선에 ’올인‘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루비오로서는 크루즈의 ’건재‘로 현 3파전 구도가 이어질 경우 단일화의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뉴햄프셔 경선을 앞두고 TV토론에서 ’실수‘를 했던 루비오를 두고 과연 트럼프를 꺾을 만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느냐는 회의론도 온존한다.
◇ ’딥 사우스‘에 승부 건 크루즈…기독교 표심 얻을까 = 남부침례교인인 크루즈로서는 이번에 3위로 밀려난 것보다 ’믿었던‘ 복음주의 기독교인들로부터 기대만큼의 표를 얻지 못한 게 뼈 아픈 대목이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들 교인의 31%가 트럼프에 표를 던졌고 크루즈는 27%를 얻는데 그쳤다. 수개월간 현지 교회예배에 참석하고 최소 300명이 넘는 목사들의 공개 지지를 얻은 크루즈로서는 당혹스런 패배다. 이는 이들 교인 가운데 대학 졸업장이 없는 블루컬러 근로자들의 상당수가 트럼프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독교 표심은 최대 승부처인 3월1일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결정적 영향력을 발휘할 공산이 크다. 앨라배마, 아칸소, 콜로라도, 조지아, 오클라호마, 테네시, 텍사스 등 남부 7개 주는 기독교 세가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확실한 ’반전‘의 기회를 잡아야 하는 크루즈로서는 남부의 심장부인 ’딥 사우스'(Deep South)에서 기독교 표심을 되찾아오는 게 절체절명의 과제다. 역시 기독교인이면서 신경외과 의사 출신인 벤 카슨이 사퇴할 경우 지지표 일부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엿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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