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착수·진화 방해 주민 2명 체포
독일 동부 작센주의 한 마을에서 난민 수용시설로 예정된 건물에 방화로 의심되는 화재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독일 일간 타게스슈피겔과 영국 BBC방송 등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화재 현장에서 일부 주민은 난민 혐오 발언을 하면서 환호하고 몇몇은 소방관들의 진화작업을 방해하는 등 반(反) 난민 정서를 드러냈다고 이들 매체는 전했다.
화재는 20일 바마 작센주 바우첸 마을에서 300명 수용 규모의 난민 거처로 개조공사가 진행중이던 옛 호텔 건물에서 발생했다.
불은 지붕 등 건물 상층부를 태우고 진화됐으며,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현지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외국인 혐오 극우세력 등에 의한 방화 가능성을 의심하고 통상적인 화재 수사팀 외에 극단주의 범죄를 담당하는 형사들까지 동원해 수사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경찰은 또한 건물이 불에 타는 동안 구경 나온 몇몇 주민들이 노골적으로 환호하면서 난민을 경멸하는 발언을 내뱉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일부 구경꾼들은 진화 작업에 나선 소방관들을 방해해 현장에서 쫓아냈으며, 술에 취해 현장을 떠나기를 거부한 2명은 체포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작센 지역신문은 구경하던 주민 가운데에는 어린이도 있었고, 이들 주민 사이에선 “우리는 난민 거처를 원하지 않는다”라는 말들이 흘러나왔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같은 작센주의 클라우스니츠에서 난민버스를 반(反)난민 군중이 가로막는 일이 벌어진 직후 발생해 관대한 난민정책을 지지하는 주류 정치권을 크게 자극했다.
기독민주당 소속의 슈타니슬라브 틸리히 작센주 총리는 진화를 방해하고 난민 혐오 발언을 한 구경꾼들을 ‘범죄자’라고 부르면서 “혐오스럽고 역겹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독일에서는 최근 고조된 난민 반대 정서의 영향으로 관련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BBC는 최근 작센주에 인접한 브란덴부르크 주 나우엔에서 ‘외국인 침략에 저항하자’ 같은 구호와 화염병 제조법, 폭발물 사용법 설명이 포함된 전단지가 우편함에 배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독일 전역에서는 지난해 한 해 동안에만 기존 난민 거처나 예정된 난민시설에서 발생한 방화만 1천 건이 넘는다고 공영 국제방송 도이체벨레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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