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형님같은 말씀에 존경의 눈빛”…중국언론사 간부, 질 낮은 ‘시진핑 찬가’

“큰형님같은 말씀에 존경의 눈빛”…중국언론사 간부, 질 낮은 ‘시진핑 찬가’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16-02-23 19:09
수정 2016-02-23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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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언론통제 강화 움직임 반영” 해석도

 “시진핑 총서기시여, 큰형님 같은 당신의 뜻 깊은 말씀에 손에 쥔 휴대전화가 뜨거워집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가 최근 3대 관영언론사를 순시해 언론 통제 강화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당시 시 주석을 영접한 언론사 간부가 노골적인 찬양시를 만들어 나라 안팎에서 비웃음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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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23일 영국 BBC 방송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관영 신화통신 편집부 부주임(부국장)인 푸리예(蒲立業)는 지난 19일 시 주석의 자사 방문에 맞춰 장문의 시 한 수를 지어 온라인 등에 공개했다.

 푸 부주임이 푸줘즈(朴拙子·소박한 사람이라는 뜻)라는 필명으로 올린 이 시의 제목은 ’총서기시여, 당신의 뒷모습과 나의 눈길’이라는 제목에 27행으로 돼 있다.

 시는 “이 순간 우레같은 박수소리가 쉬안우먼(宣武門·신화통신이 있는 베이징 거리)을 삼키고, 오늘 우리는 마침내 큰형님 같은 당신의 사려 깊은 말을 가까이서 듣습니다”로 시작한다.

여기에 “총서기시여, 당신의 뒷모습과 나의 눈길, 그 눈길이 이 시를 빚어냈습니다. 나의 손가락 (열기)에 휴대전화기가 뜨거워집니다”, “마음속에서 오래 익혀낸 이 시는 황하와 장강을 오르내리고 만리장성을 달리며 일대일로(一帶一路)의 낙타 종소리와 고속철의 열풍을 따라갑니다” 같은 표현이 이어진다.

 중국을 대표하는 언론사 고위 간부가 최고 권력자를 향해 낯뜨거울 정도로 찬양 일색인 시를 내놓자 중국 안팎에서는 비판이 잇따랐다.

 BBC는 “푸 부주임의 시가 화제가 된 것은 문학적 가치 때문은 아닐 것”이라면서 “그의 수사적인 노력은 많은 이들에게 아부용 시의 결정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NYT도 시진핑 주석의 관영언론 방문과 중국 매체들의 관련 보도에 대해 “시 주석은 반인반신의 존재에나 걸맞은 찬사를 받았다. 한 언론사 간부는 숭배하는 시까지 바쳤다”고 꼬집었다.

 이 시를 접한 중국 네티즌들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읽다가 너무 많이 토하는 바람에 전화기 전원이 꺼졌다”, “(언론 자유의) 심각한 퇴보”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고 BBC는 전했다.

푸 부주임의 시는 특히 갈수록 심해지는 현 지도부의 언론통제 수위를 반영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BBC는 지난해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49명의 언론인을 체포한 국가라고 전하면서 “이 시는 시 주석 정부 아래 사고와 표현의 자유가 점점 더 옥죄이는 상황을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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