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에 여성들 시큰둥…거리감·비호감 때문”

“힐러리에 여성들 시큰둥…거리감·비호감 때문”

입력 2016-06-10 13:44
수정 2016-06-1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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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분석 “자매일뿐 자매애 못느껴”…‘첫 女대통령으로 최선인가’ 회의감도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미국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지 국내외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정작 미국 여성 유권자들은 예상보다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이 미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생한 주요 정당의 여성 대선후보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특히 그의 경쟁자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여성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들이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다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클린턴 전 장관이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 그 이유를 분석했다.

FT는 더 많은 여성이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하지 않는 데 있어 문제는 여성 유권자들이 클린턴 전 장관에게서 ‘자매애(sisterhood)’를 느끼지 못하고 그저 ‘자매(the sister)’라고만 여긴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 유권자들이 클린턴 전 장관에게 거리감을 느끼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여론조사 요원인 피터 하트는 클린턴 전 장관의 가장 큰 문제는 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사회적 장벽인 ‘유리천장’이 아니라 그 자신과 유권자들 사이에 있는 “유리 커튼(glass curtain)”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많은 유권자가 그녀의 말과 행동을 듣고 보지만, 그들이 그녀와 관련돼 있거나 그녀에게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즉, 그녀는 외따로 떨어져 있고 거리가 멀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11월 대선에서 클린턴을 지지하겠다는 진보적 여성들 가운데서도 마지못해 표를 던진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의 권력 지향적인 분위기와 ‘이메일 스캔들’,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과 관련한 태도 등이 거부감을 주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부정을 저지른 남편 곁에 남은 클린턴 전 장관의 선택은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본인의 개인적 발전을 위해 이러한 결정을 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클린턴이 이미 오랜 시간 대중에 노출된 인물이라는 점도 유권자들이 미국 첫 여성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그에게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부 유권자들은 클린턴 전 장관을 볼 때 클린턴가 사람이라는 것을 첫 번째로 떠올리고 두 번째로 영원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며, 세 번째에 가서야 여성이라는 점을 인식한다고 지적했다.

또 퓨 리서치 센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유권자의 4분의 3이 생전에 여성 대통령을 보게 될 것이라고 답할 만큼 언젠가 여성 대통령의 탄생을 확신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왜 굳이 잘못된 인물이 그 주인공이 돼야 하느냐는 회의감도 존재한다.

공공종교연구소의 연구 책임자 댄 콕스는 “많은 여성이 여성 대통령이 될 유일한 혹은 최선의 인물로 클린턴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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