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전제’에서 ‘미사일 동결’로 대북대화 개시 조건 변했나?

‘비핵화 전제’에서 ‘미사일 동결’로 대북대화 개시 조건 변했나?

입력 2017-04-10 17:16
업데이트 2017-04-1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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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무, 미·중정상회담 계기로 韓·中 순방때와 다른 발언…“中에 시간줘야”“김정은 제거계획 알지 못해…정권교체가 대북목표 아니다”도 강조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과 인터뷰에서 “북한과 더 진전된 대화를 갖는 것에 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조건으로 “모든 (미사일) 실험의 중단”을 제시한 것은 실언이 아니라면,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북 대화 조건상 중대한 변화를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달 한국과 중국을 순방할 때만 해도 대북 대화의 조건인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해 “북한이 핵무기, 대량파괴무기를 포기해야 대화할 것”이라며 “동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었다. 비핵화를 전제하지 않는 대화는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9일 인터뷰에서 틸러슨 장관은 북한이 핵무기를 미국에 떨어뜨릴 수 있는 미사일 개발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을 “미국의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지목하고, 미사일 실험 중단, 즉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의 동결을 대화 개시의 조건인 것처럼 말했다.

인터뷰 전문을 보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관한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지금까지 어느 때보다 매우 구체적이다. “로켓 발사 프로그램의 정교화”와 “(발사) 연료 종류의 정교화”를 가리키면서 “북한이 ICBM의 실험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진전이 우리의 최대 우려 사항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동안 평양 정권에 대해 그 프로그램의 중단을 원한다는 점을 매우 명확히 해왔다”고 그는 상기시켰다.

이어 “우리가 바라는 바는, (북한이) 더 이상 실험하지 않음으로써 미사일 프로그램을 더 진전시키지 않는 것인 만큼, 우리가 요구해온 것은 그들이 모든 실험을 중단하는 것이며, 그래야 우리는 그들과 더 진전된 대화를 갖는 것에 관해 생각해볼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ICBM 개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금지선(red line)’이냐는 질문에, 틸러슨 장관은 “북한이 그런 운반체제를 완성했다는 판단이 서면 매우 심각한 단계가 된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의 미사일 시험 중단 언급이 주목되는 것은 중국이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이라고 주장하는 ‘쌍중단(雙暫停 쌍잠정)’, ‘쌍궤병행(雙軌竝行)’론과 일부 접점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 핵문제 해법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북미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쌍궤병행 노선을 추진해야 한다”며 “북한은 일단 핵·미사일 개발 활동을 중단하고 한국과 미국도 대규모 군사훈련을 중지하는 ‘쌍중단’을 쌍궤병행의 첫 걸음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미와 북한 양측의 위협 ‘동결’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틸러슨 장관의 인터뷰 내용만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회담에서 중국 측의 이런 제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나 합의 또는 의견 접근이 이뤄졌는지 알 수 없다.

틸러슨 장관은 그러나 미·중 정상이 “상당한 시간 1대 1로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며 “두 지도자 사이에 완전한 범위의 선택안들이 논의됐다”고 밝혔다. 또 “시 주석은 평양 정권이 그런 무기들의 미래 필요성에 관한 생각을 바꾸도록 지원하고 싶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틸러슨 장관은 덧붙였다.

특히 “지금 중국 측이 필요한 조치들을 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틸러슨 장관은 “기다려 볼 것”이라며 “우리가 대북 정책 변화를 선언하고 중국 정부에 추가 조치들을 취하도록 주문한 지 이제 두어 주밖에 지나지 않았다”며 “우리는 그들이 행동을 취하리라 기대한다”고 답했다.

미국이 대북 대화 시작의 문턱을 미사일 개발 동결로 낮춘 데 따른 중국 측의 상응하는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그들(중국)은 그렇게 할 것임을 내비쳤다(indicated)”고 틸러슨 장관은 전하고 “그들이 조치를 취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그들과 매우 긴밀한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국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이나 공동기자회견을 통한 구체적 합의발표가 없었던 데다, 시리아에 대한 전격적인 미사일 폭격과 항공모함 칼빈슨의 한반도 재전개 등으로 미국의 대북 군사압박이나 행동의 임박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그의 인터뷰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논의에서 초벌 단계의 의견 접근이 있었지 않으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킨다.

앞으로 중국이 미·정 정상회담의 논의 내용을 북한에 어떻게 전달하고 북한을 어떻게 설득·압박해나갈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검토됐다는 “모든 선택안”가운데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 제거’ 안은 사실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계획에 관해 알지 못한다”고 틸러슨 장관은 말했다.

그는 또 “우리의 대북목표는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북한 정권을 교체하려는 게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그것을 핵 개발 구실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폭격 명령이 북한에 주는 메시지에 관한 질문에 “어떤 나라이든 국제 규범이나 국제합의를 위반하고 스스로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고 다른 나라들에 위협이 된다면 어느 시점에선 상응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한 데 이어 미국의 대북목표는 정권교체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권교체 수단의 효용성에 대해 그는 시리아에 대해서도 리비아의 사례를 들며 부인했다.

그는 “리비아에서 폭력적인 정권교체 결과가 어떠한지 우리는 보고 있다”며 리비아의 혼돈이 계속되는 점을 지적하면서 “나는 리비아 국민의 오늘날 삶이 전혀 좋아진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과거의 교훈, 즉 리비아에서 정권교체의 수단을 선택한 데 따른 잘못으로부터 배운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고 틸러슨 장관은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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