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살육 왜 되풀이되나…“아무도 책임 안묻기 때문”

이스라엘 살육 왜 되풀이되나…“아무도 책임 안묻기 때문”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4-03 14:07
업데이트 2018-04-0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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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18명 사망에도 사죄·애도 일언반구도 없어

이스라엘의 과도한 무력사용에서 비롯된 팔레스타인 주민의 사망 사건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4년 만에 최악의 인명 피해
4년 만에 최악의 인명 피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국경을 맞댄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영토의 날’(랜드 데이)을 맞아 반(反)이스라엘 시위를 벌인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실탄에 맞아 다친 동료롤 안고 이동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의 유혈 진압으로 팔레스타인 주민 17명이 숨지고 14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이는 가자지구에서는 4년 만에 최대 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라 과잉진압 논란이 일었다. ‘영토의 날’은 1976년 3월 30일 이스라엘의 영토 점거에 항의하던 팔레스타인인 6명이 이스라엘군에게 사망한 사건을 기리는 날이다.
가자 AP 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안장벽 근처에서 진행된 ‘땅의 날’(Land Day) 시위에서도 이스라엘군의 실탄에 주민 최소 18명이 숨지고 1천400여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사태에도 정당한 공권력 행사였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SNS를 통해 전해지고 있는 현장 실태는 이스라엘이 주장하는 정당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일반적인 진단이다.

유포된 영상에서 이스라엘군은 어린이와 노약자가 포함된 무방비 상태의 시위대에 실탄을 발사했고, 저격수들은 도망치는 시위자들 등 뒤에 총격을 가했다.

이런 영상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스라엘군의 무력진압 실태는 그대로 국제사회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사태는 2014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이 맞붙은 가자전쟁 이래 팔레스타인에 최악의 인명피해를 안겼다.

유엔 집계에 따르면 가자전쟁 당시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최소 1천462명이 숨졌다.

이스라엘이 비무장 민간인들에 대한 살육을 버젓이 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무고한 죽음에도 이스라엘에 아무런 정치적 대가가 따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2일(현지시간) 지적했다.

WP는 이번 시위가 이스라엘에 맞선 팔레스타인 주민의 노력이 얼마나 절박하면서도 허무한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의 희생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피해왔는지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우파 정권은 무력진압과 그에 따른 팔레스타인 인명피해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군 당국의 행위를 “국가를 지키려는 행동”이라고 치켜세우며 희생자에 대한 애도나 유감도 표명하지 않았다.

아비그도르 리버만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유혈사태에 대한 유엔과 유럽연합(EU)의 진상조사 요구를 일축하고 오히려 “모든 군인이 메달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는 적반하장 식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인권단체 비티셀렘 대변인 아미트 길루츠는 “현장의 저격수에서부터 가자지구를 거대한 감옥으로 만든 정책을 편 최상위 간부들에 이르기까지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예상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이처럼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당당할 수 있는 데에는 그 뒤에 우방인 미국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유혈사태와 관련, 이스라엘에 가장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국가들은 이란과 터키인데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미국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두 나라가 가하는 비판은 부담이기보다는 차라리 도움이 되는 측면이 더 크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스라엘-가자 접경지대의 충돌 중단과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하려는 것도 막아섰다.

미 국무부의 헤더 나워트 대변인은 유혈사태에 대해 미국이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했으나 백악관 중동정책을 주도하는 제이슨 그린블랫 국제협상 특사는 “적대적 행진”의 책임이 하마스에 있다며 이스라엘 편에 섰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공동 성지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대사관을 이전할 것이라고 밝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노골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했다.

팔레스타인이 이웃 아랍국가로부터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란 점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인명을 살상하는 데 아무런 정치적 부담을 느끼지 않는 이유로 꼽혔다.

최근 몇 년간 특히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열강은 앞다퉈 이스라엘과의 관계 회복을 모색해왔다.

아랍권 국민은 이교도에 탄압받는 무슬림의 상징인 팔레스타인에 측은지심을 보이지만 이란과의 패권 다툼 등 다른 관심사를 가진 역내 지도자들 사이에서 팔레스타인이 골칫거리로 전락했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계속되는 세력 다툼도 팔레스타인의 국면 해소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결국 이 과정에서 고통받는 것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다.

올해 22살이라는 한 팔레스타인 시위 참가자는 WP에 “나는 이런 삶을 원하지 않는다”며 차라리 “총탄을 맞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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