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사회에 공약 내 놓은 것”…“진지한 핵포기 교섭의 기점에 도착”
북한의 핵·ICBM 실험 중지 발표 소식을 전하는 22일자 일본 주요 조간 신문들. 일본 언론들은 전날 석간에 이어 이날도 관련 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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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들은 북한이 적극적인 대화 가능성을 보인 것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발표 내용에 구체적인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없다는 점을 부각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에서 “북한이 두 차례의 정상회담 전에 적극적인 대화 자세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하며 “비핵화를 향한 대화를 개시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한 것은 진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마이니치는 그러면서도 “그렇지만 비핵화에 이어질지에 대한 보증이 없으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비핵화를 향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 역시 사설을 통해 “북한이 큰 방침 전환을 선언하며 평화를 지향하는 자세를 보였다”며 “발표는 한국 정보를 거친 간접 정보 수준이 아니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에서 나온 것으로, 국제사회에 대한 공약을 내놓은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아사히는 그러면서 “북한이 핵·미사일 문제의 극히 일부분을 잘라내서 판매하는 식의 흥정을 계속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면서 “주변국으로서는 진지한 핵포기에 대한 본격적인 교섭의 기점에 도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핵개발이 핵보유가 된 것일 뿐, 사태는 무엇 하나 변하지 않았다”(총리 관저의 간부), “중·단거리 미사일 포기가 언급되지 않아 일본이 모기장 밖에 놓일(소외될) 것이 걱정된다”(자민당 각료 경험자) 등 정관계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요미우리신문도 “비핵화에 대한 의사 표명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국제사회의 제재 압력을 약하게 해 정상회담을 성공시키려는 전략이다”고 경계하는 사설을 실었다.
요미우리는 “핵과 탄도미사일을 폐기하겠다는 의사는 표명하지 않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면서 “중·단거리 미사일 폐기 원하는 일본은 ‘말 뿐’이라는 냉소적인 반응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진보적 논조가 강한 도쿄신문은 “북한이 구체적인 핵포기를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하는 한편 “남북 관계의 진전을 기대한다”는 재일 코리안(한국 국적자와 조선 국적자) 사회의 목소리를 전했다.
극우 산케이신문은 “김 위원장이 국내를 향해 핵개발 중지를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도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북한의 말은 ‘핵 보유 선언’과 다를 게 없다”고 깎아내렸다.
일본 신문의 지면을 통해 소개된 일본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의 반응 역시 대화에 대한 기대감과 경계론을 모두 담고 있었다.
이소자키 아쓰히토(磯崎敦仁) 게이오(慶應)대 준교수(부교수)는 아사히신문에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북한이 진정성을 보인 것”이라며 “일본에는 북한의 움직임에 회의적인 사람도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지향하는 것은 현 체제의 영속화이고 핵 보유 자체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와카미 다카시(川上高司) 다쿠쇼쿠(拓殖)대 해외연구소장은 교도통신에 “북한이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는 명확한 의사를 다시 표명한 것”이라며 “북한이 미국의 선제공격을 진정으로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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