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소녀 강간한 ‘이리떼’에게 9년형이라니 사흘째 항의시위

18세 소녀 강간한 ‘이리떼’에게 9년형이라니 사흘째 항의시위

임병선 기자
입력 2018-04-29 12:09
업데이트 2018-04-2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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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팜폴로냐는 황소에게 쫓기는 산페르민 축제로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곳이다. 그런데 28일(현지시간)까지 사흘 연속 소떼가 아니라 성난 시민들에게 거리가 점령됐다.

지난 2016년 축제 기간 18세 소녀를 성폭행한 5명의 남성, 이른바 ‘이리떼’에게 법원이 강간죄를 적용하지 않고 성폭행 유죄만 인정해 9년씩의 가벼운 실형과 5만유로의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선고한 데 대해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곳뿐만 아니라 수도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등에서도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스페인어 해시태그 #cuentalo가 소셜미디어에 달려 “말하자”란 뜻에 함께 하고 있다. 검찰은 20년 이상의 중형을 구형했지만 법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피해 여성의 신원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5개월 동안 비공개 재판을 진행했다.

시위를 벌이는 이들은 “판사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강간당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죽거나 죽을 지경이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적은 플래카드를 들었다. 스페인 법률은 성폭행과 강간을 구분해 폭력이나 협박이 개입되지 않으면 강간이 인정되지 않는다. 정부는 성범죄의 등급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팜폴로냐 AFP 연합뉴스
팜폴로냐 AFP 연합뉴스
시위에 참여하는 많은 이들은 단지 이 사건에 대한 분노만이 아니라 여성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사법 체계 전체를 뒤흔들고 싶어서 함께 했다고 밝혔다. 바스크어로 쓰여진 커다란 플랭카드에는 어떤 판사도 우리 의견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적혀 있기도 했다. 바스크주 혼다리비아 수도원의 수녀들도 동참했다. 대변인인 마릴루스 수녀는 “선고를 비판하는 교회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밝혔다.

왓츠앱 그룹으로 묶인 이들 5명의 남성은 조그만 골방에서 소녀의 옷을 벗기고 콘돔도 사용하지 않은 채 윤간을 했다. 몇몇은 손전화 카메라로 영상을 담고 뒤에 서로 축하하며 동영상을 공유하자고 약속했다. 경찰 보고서는 그녀가 시종 “수동적이거나 자연스러운” 태도를 취했다고 적었으며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다. 당시 손전화를 도둑 맞은 상황이었다.

가해자들의 변호인은 수동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 동의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너무 겁에 질려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녀의 손전화를 훔친 의용경찰대 대원은 900유로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양쪽 모두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페인 경찰은 트위터에 “안된다면 안된다”고 적고 긴급 구조 전화번호와 함께 “우리는 늘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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