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몽니’가 뒤흔든 G7 정상회의…통상갈등 봉합 대신 증폭

트럼프 ‘몽니’가 뒤흔든 G7 정상회의…통상갈등 봉합 대신 증폭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6-10 11:54
업데이트 2018-06-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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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 배경’ 공동성명 발표에 트럼프 “승인 안했다”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 정상이 10일(현지시간) 보호무역주의와 관세장벽을 배격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트윗을 올려 G7 회원국 간 내홍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로써 자유무역의 수호자 역할을 하던 G7이 회원국 간의 불협화음 속에 세계 경제의 혼란을 야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G7 정상회의를 위해 캐나다 퀘벡주에 모인 정상들은 이날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한 뒤 보호주의와 관세장벽을 배격한다는 기본입장을 천명했다.

성명에는 규칙에 기반을 둔 무역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관세 및 비관세 장벽과 보조금을 줄여나가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열려 있고 투명하며 포괄적이면서 세계무역기구(WTO)와 일치하는 무역 합의의 중요성도 내세웠다.

아울러 성명은 “자유롭고 공정하며 상호 이익이 되는 무역이 성장과 일자리의 중요한 동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G7 정상회의선 무역 정책을 두고 회원국들이 큰 견해차를 보여 공동 성명 채택이 불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가까스로 결과물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개최국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성명을 발표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상황은 급작스럽게 바뀌었다.

북미정상회담 참석차 먼저 G7 정상회의를 떠난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기 안에서 트위터로 공동 성명을 승인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쥐스탱이 기자회견에서 한 거짓진술과 캐나다가 미국 기업과 노동자, 농부에게 막대한 관세를 매긴다는 사실에 기반을 두어 나는 미 대표단에 공동 성명 채택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트뤼도 총리를 겨냥, “그는 너무 온순하고 부드러워 내가 떠난 뒤 기자회견에서야 ‘미국의 관세는 모욕적이다’, ‘캐나다는 차별대우 당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맹공격한 뒤 “매우 부정직하고 약해빠졌다. 우리의 관세는 캐나다가 미국 유제품에 270%의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한 대응이었다”라고 강조했다.

트뤼도 총리는 공동 성명을 발표한 폐막 기자회견과 별개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가 “모욕적”이라며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가 없는 말을 지어냈다고 주장한 것이다.

또 미국의 관세 부과 결정은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것이 아니라 불공정한 무역을 바로잡기 위한 것임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도 고율 관세 부과 등에 대해 해명하면서 “관세가 없고, 장벽이 없고, 보조금이 없는 것. 그렇게 돼야 한다. 심지어 나는 ‘무관세’를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로 떠나면서 남긴 트위터 글에서도 “미국은 다른 나라들이 막대한 관세와 무역 장벽을 미국의 농부와 노동자, 회사들에 지우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이 제품을 우리나라에 면세로 보내는 동안 우리는 수십 년간 무역의 남용을 참아왔고, 그것은 이제 충분히 오래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비난에 캐나다 정부는 반격에 나섰다. 총리실은 트위터를 통해 성명을 내고 “(트뤼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사적인 대화에서 하지 않았는데 대중 앞에서 한 말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양국 정상이 트위터를 통해 반박에 재반박을 거듭하며 어느 쪽이 진실을 말하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세계 무역 체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이번 회의에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회원국이 모두 채택해야 발표할 수 있는 공동 성명이 나오면서 미국과 나머지 회원국의 긴장이 봉합된 것으로 관측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으로 상황이 또다시 뒤집혔다.

유럽 측 대표단은 AFP 통신에 ‘G7 지도자들은’이라는 문구가 명백하게 적힌 공동 성명 사본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올리기 전에 이미 승인을 받아 기자실에 배포됐다고 귀띔했다.

트윗 공방 속에 G7 정상회의는 일종의 웃음거리로 끝났으며 미국과 나머지 회원국 간의 무역전쟁은 새로운 양상으로 흘러가게 됐다고 AFP 통신은 진단했다.

트럼프의 트윗을 통한 분노 표출로 그 어떤 합의도 파기된 것이 분명한 가운데 동맹국인 독일과 캐나다의 타격이 예상되는 수입차 관세까지 언급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G7 공동 성명을 승인하지 않는다고 부정하며 “미국 시장에 밀려오는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국가별 수입차 중 독일과 캐나다 산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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