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패 한다더니”…중국서 판사 비리 고발했다가 ‘감옥행’

“반부패 한다더니”…중국서 판사 비리 고발했다가 ‘감옥행’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7-20 13:30
업데이트 2018-07-2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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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불법 수집죄로 4년 징역형…비리 판사들보다 형량 더 높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 사정에 동참해 판사들의 비리를 캐내 고발한 사업가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후난(湖南) 성 이창(益陽) 시의 사업가인 우정거는 2012년 말 시 주석이 집권한 후 적극적으로 벌인 반부패 사정 운동에 호응해 2014년 지역 판사들의 비리를 당국에 고발했다.

하지만 당국은 우정거의 고발을 묵살하거나, 다른 기관에 떠넘길 뿐이었다.

당국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 우정거는 사설탐정을 직접 고용해 이 지역 판사들의 도박, 혼외정사 등의 증거를 수집한 후 경찰에 신고했다.

판사 왕마오화는 광저우(廣州)와 하이난(海南)의 휴양지에서 정부와 노닥거리는 장면이 찍혔고, 판사 셰더칭과 샤샤오잉은 도박장에서 도박을 즐기는 모습이 포착됐다.

판사 차오더친은 유부녀와 호텔 방에 들어가는 장면이 찍혔다.

우정거는 이러한 증거를 사정기관인 기율검사위원회와 지역 언론에 제공했고, 신문에 실린 판사들의 비리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셰더칭과 왕마오화는 다른 뇌물 수수 사건의 증거를 조작한 혐의까지 밝혀져 각각 2년과 18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정작 이들의 비리를 밝혀낸 우정거에게 돌아온 것은 가혹한 처벌뿐이었다.

2016년 6월 우정거는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한 혐의 등으로 경찰에 체포됐고, 최근 법원에 의해 징역 4년형과 벌금 3만 위안(약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에 의해 고용된 사설탐정 장리리도 징역 3년형과 벌금 3만 위안을 선고받았다.

우정거의 변호사는 “우정거는 공직자의 비리를 적극적으로 고발하라는 시 주석의 반부패 사정 운동에 동참한 것뿐이며, 획득한 개인정보를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썼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우정거는 비리 판사들의 범죄 행위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그들보다 더 긴 감옥 생활을 하게 된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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