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어린이 헤딩슛을 금지한 이유는...전문가들 “뇌에 악영향 미친다”

미국, 어린이 헤딩슛을 금지한 이유는...전문가들 “뇌에 악영향 미친다”

한준규 기자
입력 2018-07-27 11:54
수정 2018-07-2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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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한 어린이가 헤딩 연습을 하고 있다. 미국은 어린이의 ‘뇌’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11살 미만 축구 선수들의 헤딩을 금지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서울신문 DB
우리나라 한 어린이가 헤딩 연습을 하고 있다. 미국은 어린이의 ‘뇌’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11살 미만 축구 선수들의 헤딩을 금지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서울신문 DB
한국뿐 아니라 미국도 유소년 축구가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폭넓게 자리 잡고 있다. 어린이들이 학교뿐 아니라 동네 공원에서 축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미 어린이들은 축구공이 머리 쪽으로 날라오면 피하는 것이다. ‘어~ 저거 봐라. 저 녀석은 축구 시합을 하는 자세가 틀렸구먼’하고 생각했는데, ‘어라. 저 녀석뿐 아니네. 다들 공을 피하네. 한국 같으면 기합받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공원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이것이 한국과 미국의 차이다. 미국은 축구 경기 중 헤딩이 어린이의 뇌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며 헤딩 자체를 금지한 것이다. 미 청소년축구연맹 규정에 의하면 11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축구 경기나 연습에서 헤딩을 하지 못하게 했다.

지난 5월 미 대학 스포츠의학 컨벤션에서 발표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들이 축구 시합에서 헤딩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은 11세 이하 어린이에게 헤딩이 허용된 푸에르토리코의 9~11세 남녀 어린이 30명 대상으로 했다. 이들은 특수 충격감지장치가 부착된 헤어밴드를 착용하고 축구 경기를 했고 모두 한 차례 이상씩 헤딩을 했다.

연구팀은 경기 후 어린이들이 착용했던 헤어밴드를 분석한 결과, 헤딩 순간 16~60G에 이르는 충격이 가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G는 중력 가속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헤딩을 하는 순간 중력의 16배에서 60배 압력이 가해졌다는 의미다. 의학적으로 60G 충격이면 성인도 뇌진탕을 일으킬 수 있는 수치다.

또 축구 경기가 끝난 지 10분 뒤 연구팀은 헤딩을 한 번 이상 했던 어린이를 상대로 인지능력 테스트를 했다. 그 결과 사물에 대한 인지능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다소 감소했다. 특히 남자보다 여자 어린이의 후유증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 전문가들은 이번 실험이 헤딩과 뇌에 미치는 후유증을 정확하게 수치화하지 못했지만, 헤딩이 어린이의 두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농구나 야구 등 모든 운동이 부상의 위험이 따르지만, 축구의 헤딩은 그 부작용이 뇌에 나타난다는 점에서 특히 주의해야 한다. 마이클 그레이 영국 버밍엄대 신경학 박사는 “성장기 어린이들은 한창 목 근육과 머리가 자라고 있기 때문에 충격이 가해지면 뇌진탕에 걸릴 수 있다”면서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헤딩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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