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에 따라 명부 적절하게 폐기했다” 기존 설명과 달라 논란
“‘벚꽃놀이’ 아베 물러나라”…관저 앞에서 집회
18일 저녁 도쿄 일본 수상관저 앞에서 아베 신조 총리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펼쳐지고 있다. 한 시위 참가자가 ‘세금으로 후원회 활동’,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다른 참가자(오른쪽)는 ‘아베 정권 총퇴진하라’는 문구의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19.11.18 연합뉴스
11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2013∼2017년 5년 치 벚꽃을 보는 모음 초청 대상자 명부 처리와 관련해 “공무서 관리법의 관련 규정, 내각부의 문서관리 규칙을 위반한 대응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명부의 보관 기간 등 취급과 관련한 사항을 행정 문서파일 관리부(簿)에 기재하지 않았고, 명부 폐기 때 날짜 등을 폐기부(簿)에 기록하지 않았으며 폐기 전에 총리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일본 정부가 벚꽃을 보는 모임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위법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평가했다.
이에 따라 아베 정권이 의혹의 실체를 은폐한다는 비판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명부에 관해 앞서 아베 총리는 “내각부가 미리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적정하게 폐기했다”(작년 12월 9일 기자회견)고 설명했고 스가 관방장관은 “규칙에 기반을 두고 적절하게 보존·폐기했다”고 강조했으나 이런 주장을 스스로 번복한 꼴이다.
벚꽃을 보는 모임을 둘러싼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명부를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 아베 내각은 이미 폐기했으며 복원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으나 명부를 어떻게 관리하고 폐기했는지 기록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셈이다.
일본 공립대인 슈토다이가쿠토쿄(首都大學東京)의 기무라 소타(木村草太) 교수(헌법학)는 “국민에게는 정부가 하는 것을 평가하고 검증할 권리가 있다”며 명부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대응이 “공문서관리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알 권리 침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달 20일 소집되는 정기 국회에서 야당의 거센 추궁이 예상되며 아베 정권의 올해 국내 정치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벚꽃을 보는 모임은 각계에 공적·공로가 있는 이들을 초청해 위로하겠다며 정부 예산으로 개최하는 행사인데 최근 수년 사이에 아베 총리 후원회 관계자가 대거 초청되거나 심지어 반사회적 세력까지 참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행사를 본래 취지와 다르게 사유화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으며 벚꽃을 보는 모임을 둘러싼 파문이 커지면서 내각 지지율이 급락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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