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가격 전쟁’에 존재감 없는 WHO

코로나 백신 ‘가격 전쟁’에 존재감 없는 WHO

안석 기자
안석 기자
입력 2020-07-29 18:20
업데이트 2020-07-30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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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 “50~60달러 책정… 선진국 적용”
화이자는 트럼프 가격 인하 명령 ‘거부’
제약회사들 선진국과 ‘백신 쟁탈’ 경쟁

영국 옥스포드 대학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참여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자원자가 지난 6월 24일(현지시간) 소웨토의 한 병원에서 백신을 투여받고 있다. 2020.7.9 AFP 연합뉴스
영국 옥스포드 대학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참여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자원자가 지난 6월 24일(현지시간) 소웨토의 한 병원에서 백신을 투여받고 있다. 2020.7.9 AFP 연합뉴스
거대 제약회사들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예상 접종 가격이 선진국들의 백신 쟁탈 경쟁과 맞물리며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백신을 ‘공공재’로 개발하자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리더십은 보이지 않으며 가난한 제3세계 국가들이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사태에서 또다시 소외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바이오업체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가격을 50~60달러(약 6만~7만 2000원·1인당 2회분 투약 기준)로 책정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 가격은 미국과 다른 부자 국가들에 적용될 것”이라며 “각국과 조달 계약을 체결한 다른 백신보다는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가격 전망은 전날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주도하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이 코로나19 백신의 최고액을 40달러 수준으로 예상한 가운데 나왔다. WHO와 GAVI 등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공정한 접근권 보장을 위한 전 세계 백신공급 메커니즘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설치해 이끌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제약사들은 백신을 공공재처럼 여길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FT는 모더나가 유럽연합(EU) 등과의 가격 협상에서 달러 기준 두 자릿수 후반대 가격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화이자도 다른 선진국들에 미국보다 싼 가격에 백신을 팔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화이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서명한 약값 인하를 위한 행정명령에도 노골적으로 불만을 제기할 만큼 사실상 ‘갑’의 위치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백신 개발이 최종 임상시험 단계에 들어가며 전 세계 ‘백신 전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지만 WHO가 제대로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EU가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한 백신 확보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WHO가 주도하는 백신 개발·공급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20-07-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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