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타임지 “찰리 채플린 아닌 처칠”
국민에 항전 독려 지도자로 재평가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한국시간) 기자들을 집무실로 쓰는 건물로 불러 회견을 가졌다. 그는 ‘전쟁 중 죽는 게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대통령으로서는 그런 일을 두려워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4) 대통령은 4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처음으로 기자들을 부른 자리에서 ‘죽음이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군용 티셔츠를 입고, 하루 3시간 정도 잔다는 그는 대통령직을 맡지 않았다면, 다른 국민처럼 총을 들고 군에 합류했을 것이라면서 어떤 경우에도 위험에 처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면도도 하지 않은 채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어느 때보다 단호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 탱크들이 주요 도시와 수도를 압박하는 속에서도 들끓어오르는 분노에 찬 우크라이나 일반 시민들의 저항에 특별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힘있고 결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라면서 “우리 국민들은 특별하고 비범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탈출한 고위관리가 한 명도 없다고 말했으며 실제로 수십명의 보좌관들이 기자회견장에 배석했다.
젤렌스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슐츠 독일 총리에게 우크라이나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요청하는 등 서방 지도자들에게 추가적인 군사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히고 한편으로는 러시아 지도부와 협상도 추진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어느 대목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양보할 의사가 있다고 했고 우크라이나 주권을 위협하는 조건에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한국시간) 기자들을 집무실로 쓰는 건물로 불러 회견을 가졌다. 그는 ‘전쟁 중 죽는 게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대통령으로서는 그런 일을 두려워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푸틴을 만나고 싶어서가 아니라 만나야 하기 때문에 만나고 싶다. 세상 모두가 푸틴에게 말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이 전쟁을 멈출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러시아군인들 상당수가 18세, 19세라면서 자기 딸과 비슷한 나이로 “내 자식이 될 수도 있다. 양복을 입은 사람이 내린 결정 때문에 이들이 군복을 입은 채 죽고 있다”고 호소했다.
미국의 탈출 주선 제안을 거부한 젤렌스키는 “전세계가 뭉쳐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미국의 제안에 대해 그는 “비행기 좌석이 아니라 탄약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우크라이나 국기 위에 젤렌스키 대통령과 수도 키이우 시민을 ‘영웅’으로 표기한 표지를 공개했다. 타임은 “러시아의 암살 위협에도 키이우에 남아 국민의 항전 의지를 북돋웠다. 찰리 채플린이 처칠로 변모했다. 어떤 의미에서 샤를 드골보다 용감하다. 전쟁 지도자로서 처칠과 동급이다”라고 극찬했다.
EU 가입신청서 공개한 우크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모처에서 자신이 서명한 유럽연합(EU) 가입신청서를 들고 데니스 슈미할(오른쪽) 우크라이나 총리, 루슬란 스테판추크 국회의장과 함께 서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식 텔레그램·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식 텔레그램·EPA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특수부대의 ‘암살 1순위’에 올랐다는 사실을 알고도, 수도를 떠나지 않은 채 국가를 수호할 것을 다짐했다.
김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