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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딸 손 꼭 잡은 아빠…“재앙이었다” 기자가 전한 당시 상황은

숨진 딸 손 꼭 잡은 아빠…“재앙이었다” 기자가 전한 당시 상황은

김민지 기자
김민지 기자
입력 2023-02-13 07:51
업데이트 2023-02-1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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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15살 딸 손 꼭 잡은 아빠
촬영한 기자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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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동부 카라만마라슈의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한 남자가 지진으로 숨진 15살 딸의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카라만마라슈 AFP 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동부 카라만마라슈의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한 남자가 지진으로 숨진 15살 딸의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카라만마라슈 AFP 연합뉴스
“‘내 아이의 사진을 좀 찍어주세요’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강진의 피해가 가장 극심한 튀르키예 남동부 카라만마라슈의 한 마을. 건물 잔해에 깔린 사람들을 구하려고 모두가 분주한 가운데 한 남성이 무너진 건물 앞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매서운 추위에 한 손은 점퍼 주머니에 넣고 다른 한 손은 무언가를 꼭 쥐고 있었다. 지진으로 숨진 그의 딸 이르마크(15)의 손이었다.

이 모습은 AFP통신 사진기자 아뎀 알탄(41)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알탄은 무너진 아파트 더미에서 주황색 외투를 입은 메수트 한제르(49)를 발견했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사람을 구하기 위해 건물 잔해를 파헤치고 있었던 것과 달리, 한제르는 건물 더미 위에 가만히 앉아있었다고 했다.

알탄은 “더 가까이 들여다보니 남성이 건물 더미 밑으로 나온 손을 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며 “그래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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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한 다음날인 7일(현지시간) 지진 진원지에서 가까운 튀르키예(터키) 카라만마라슈에서 메수트 한제르가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숨진 15세 딸 이르마크의 손울 붙들고 있다. 잔해 밖으로 침대에서 잠을 자던 자세 그대로 숨진 이르마크의 손만 나와 있다. 2023.2.9 AFP 연합뉴스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한 다음날인 7일(현지시간) 지진 진원지에서 가까운 튀르키예(터키) 카라만마라슈에서 메수트 한제르가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숨진 15세 딸 이르마크의 손울 붙들고 있다. 잔해 밖으로 침대에서 잠을 자던 자세 그대로 숨진 이르마크의 손만 나와 있다. 2023.2.9 AFP 연합뉴스
알탄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내 아이의 사진을 찍어주세요’라고 외치고는 잡고 있던 딸의 손을 놓고 나에게 딸을 보여줬다”면서 “사진을 찍은 뒤 누군가 와서 소녀를 구조할 것을 기대하면서 기다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사진을 찍으면서 너무 슬펐다. ‘엄청난 고통’이라고 계속 중얼거렸고,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 한 장의 사진은 튀르키예 강진의 참상을 그 어느 것보다 더 생생하게 전 세계에 알렸다.

알탄은 “이 사진은 내가 지난 40여 년간 찍은 어떤 사진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면서도 “수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나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건 재앙이었다”고 했다.

● 父 “신이 보내준 천사가 다시 신에게로”
한제르는 CNN 튀르크와 인터뷰를 통해 지진이 일어났을 당시 상황과 딸을 잃은 심경 등을 밝혔다.

CNN에 따르면 지난 6일 새벽 강진이 튀르키예 남부 지역을 강타했을 때 한제르는 빵을 굽고 있었다. 그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두 딸과 아들이 무사하다는 걸 확인했다. 그러나 그의 15세의 막내딸 이르마크는 카흐라만마라슈에 있는 할머니 댁에 가 있었고,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딸이 있는 곳으로 향한 한제르는 “신에게 울면서 기도했다. 제발 다들 살아 있어 달라고 셀 수 없이 기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제르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건물들은 무너져 내린 뒤였다.

그는 폐허 더미에서 삐져나온 딸의 손을 발견하고 맨손으로 정신없이 잔해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장비 없이 혼자 건물 잔해를 치워낼 수 없었다. 결국 그는 딸의 손을 꼭 부여잡고 도움을 기다려야만 했다.

한제르는 “딸은 침대에서 천사처럼 자고 있었다”며 “딸은 고통 없이 떠났다. 신이 보내준 천사가 다시 신에게 돌아갔다”고 했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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