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바그너 감언이설에 속은 러시아 ‘죄수 용병’ 총알받이 직접 증언

바그너 감언이설에 속은 러시아 ‘죄수 용병’ 총알받이 직접 증언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3-02-13 17:57
업데이트 2023-02-13 17:5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실패하면 즉각 다른 무리 투입”…총알받이 취급
미국 CNN 방송, 우크라군 포로된 용병 2명 인터뷰

“우리는 90명이었는데 첫 돌격에서 60명이 박격포에 맞아 죽었고, 남은 몇몇은 부상자가 됐다.”
이미지 확대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반정부 단체 ‘러시아 크리미널’이 처음 폭로한 5분 32초짜리 동영상에는 러시아 민간용병기업(PMC)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길게 늘어선 죄수들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프리고진은 이 자리에서 ‘6개월 복무 후 사면’을 조건으로 내걸고 죄수들을 설득했다. 특히 성범죄자도 면접만 통과하면 용병으로 합류할 수 있다며 모병 활동에 열을 올렸다. 2022.9.14 러시아 크리미널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반정부 단체 ‘러시아 크리미널’이 처음 폭로한 5분 32초짜리 동영상에는 러시아 민간용병기업(PMC)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길게 늘어선 죄수들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프리고진은 이 자리에서 ‘6개월 복무 후 사면’을 조건으로 내걸고 죄수들을 설득했다. 특히 성범죄자도 면접만 통과하면 용병으로 합류할 수 있다며 모병 활동에 열을 올렸다. 2022.9.14 러시아 크리미널
작년 말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러시아의 죄수 출신 용병은 도네츠크주(州) 비블로호리우카 근처에서 치렀던 첫 전투를 되새기면서 “한 무리가 실패하면 즉각 다른 무리가 투입됐다. 두 번째 무리도 실패하면 또 다른 무리를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작년 말 우크라이나군에 붙들린 죄수 출신 용병 포로 두 명을 인터뷰해 이들이 어떤 식으로 전쟁터로 내몰려 ‘총알받이’ 취급을 받았는지를 집중 조명했다.

러시아 측의 보복 우려 때문에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이 포로들은 러시아 민간용병기업(PMC) 바그너그룹과 작년 8월과 9월 각각 용병계약을 체결했다.
이미지 확대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반정부 단체 ‘러시아 크리미널’이 처음 폭로한 5분 32초짜리 동영상에는 러시아 민간용병기업(PMC)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길게 늘어선 죄수들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프리고진은 이 자리에서 ‘6개월 복무 후 사면’을 조건으로 내걸고 죄수들을 설득했다. 특히 성범죄자도 면접만 통과하면 용병으로 합류할 수 있다며 모병 활동에 열을 올렸다. 2022.9.14 러시아 크리미널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반정부 단체 ‘러시아 크리미널’이 처음 폭로한 5분 32초짜리 동영상에는 러시아 민간용병기업(PMC)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길게 늘어선 죄수들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프리고진은 이 자리에서 ‘6개월 복무 후 사면’을 조건으로 내걸고 죄수들을 설득했다. 특히 성범죄자도 면접만 통과하면 용병으로 합류할 수 있다며 모병 활동에 열을 올렸다. 2022.9.14 러시아 크리미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교도소 마당에 도열한 죄수들에게 6개월 계약기간만 채우면 사면해 주고 상당한 급여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포로들은 그가 ‘이상적 후보는 살인자와 강도’라면서 죄목과 무관하게 용병 모집에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진술했다.

살인죄로 20년형을 선고받고 형기를 절반가량 채운 상황이었던 한 포로는 “10∼11년을 더 감옥에서 지내는 것보다 (용병으로 지내는) 6개월이 낫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부대에서 돈 때문에 온 사람은 한 손에 꼽을 정도였고, 대다수는 형기가 많이 남아서였다”며 “다만 석방까지 12일을 앞두고 온 경우도 있긴 했다”고 덧붙였다.

이상한 건 후한 조건과 달리 체력·신체검사가 날림으로 진행됐던 점이었다. 제대로 걸음을 옮길 수 있는지만 확인되면 무조건 용병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CNN이 만난 포로 중 한 명은 “(검사를 통과한) 일부는 총을 손에 들고도 어떻게 쓰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적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러시아 민간 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4일(현지시간) 바그너그룹 용병으로 우크라이나전에서 전사한 드미트리 멘시코프의 장례에 참석하고 있다. 장례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 벨루스트로브스코예에서 거행됐다. 2022.12.24 AP 연합뉴스
러시아 민간 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4일(현지시간) 바그너그룹 용병으로 우크라이나전에서 전사한 드미트리 멘시코프의 장례에 참석하고 있다. 장례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 벨루스트로브스코예에서 거행됐다. 2022.12.24 AP 연합뉴스
당시 프리고진은 죄수 출신 용병들이 맡을 임무는 ‘2선 방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으로 보내진 죄수 출신 용병 상당수는 약속과 달리 생환율이 희박한 절망적 작전에 강제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루한스크주(州) 북부의 전략적 요충지인 리시찬스크 방면에 투입됐다는 포로는 지뢰가 깔린 숲속에서 5일간 공세를 펼쳐야 했다면서 “곳곳에 매설된 지뢰 때문에 숲속으로 발 한 발짝 들이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10명 중 7명은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면서 “내 곁의 사람들이 신에 기도를 올리고 물을 달라고 호소하며 죽어가는 상황이 5일간 계속 이어졌다”고 토로했다.

공포에 사로잡혀 전투를 거부하거나 지시에 불응한 용병은 즉결처분됐다고 포로들은 입을 모았다.

한 포로는 “우리는 명령 없이 후퇴할 수 없었다.명령을 지키지 않으면 죽임을 당했다”면서 “첫 전투에서 전진 명령을 어기고 나무 아래 숨은 한 남성은 기지에서 50m 떨어진 장소로 끌려가 자신이 묻힐 무덤을 직접 파고 총살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포로는 “우리 지휘관은 누구든 달아나려 하면 나머지가 그를 제거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나머지 역시 제거될 것이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이미지 확대
29일(현지시간)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도네츠크 솔레다르에서 집중 포화로 파괴된 건물 밖에 서 있다. 2023.1.29 TASS 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도네츠크 솔레다르에서 집중 포화로 파괴된 건물 밖에 서 있다. 2023.1.29 TASS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친나치 정권으로부터 선량한 우크라이나 인민을 해방한다는 러시아 정부의 선전과 달리 현지에서 직접 경험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실이 러시아에 의한 일방적 침략전쟁이었다는 점도 혼란을 키운 배경이었다고 한다.

한 포로는 “우리는 폴란드인과 독일 등 다국적 용병집단과 싸우게 될 줄 알았다”면서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정말로 조국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싸운다고 생각했던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에 포위돼 본대에서 버림받은 직후 포로가 됐을 때는 차라리 안도감이 들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두 포로는 모두 러시아로 돌아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 포로는 “러시아는 신경 안 쓴다. 난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서방 정보당국은 바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한 죄수 출신 용병이 4만∼5만명에 이른다고 추산하고 있다.
권윤희 기자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