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개 여학교 당했다”…이란서 ‘여학생 표적’ 독가스 공격

“52개 여학교 당했다”…이란서 ‘여학생 표적’ 독가스 공격

김민지 기자
김민지 기자
입력 2023-03-06 10:58
업데이트 2023-03-0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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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가스 공격을 당해 입원한 여학생. 로이터 연합뉴스
독가스 공격을 당해 입원한 여학생. 로이터 연합뉴스
이란에서 여학생을 표적으로 한 독가스 공격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무려 52개 학교에서 피해사례가 발생해 시민들이 공포에 떨 있다.

5일(현지시간) AFP, AP통신 등에 따르면 독가스 사건은 지난해 11월 말 테헤란 남쪽에 있는 도시 콤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했다.

이후에도 테헤란, 아르다빌, 이스파한, 아브하르, 아흐바즈, 마슈하드, 잔잔 등지의 학교 최소 52곳에서 피해사례 400 건이 보고됐다.

공격의 특징은 나쁜 냄새가 퍼진 뒤 이를 감지한 학생들이 쓰러진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숨 가쁨, 메스꺼움, 현기증, 두통, 무기력증, 저혈압, 다리의 감각 둔화 등 증세를 호소했다.

한 피해 여학생은 “아주 나쁜 냄새가 급속도로 퍼졌고, 어지러워서 바닥에 쓰러졌다”고 증언했고, 시내 병원의 한 응급실 의사는 “피해 학생들 대부분이 두통과 호흡기 질환, 무기력증과 메스꺼움, 저혈압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보건부는 피해자들이 확인되지 않은 화학물질을 흡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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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가스 공격에 혼란 빚는 학교앞. 로이터 연합뉴스
독가스 공격에 혼란 빚는 학교앞. 로이터 연합뉴스
학부모들은 공포에 떨며 당국의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한 피해 학생의 어머니는 이란 국영방송에 나와 교문에 경비를 강화하고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줄 것을 호소했다.

유세프 누리 이란 교육부 장관은 “학부모의 우려를 온전히 이해하고 심각하게 후속조치를 취하겠다”고 사과했다.

이란 정부는 유엔인권고등판무관 사무소가 투명한 조사를 촉구하자 사태파악에 착수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지난 3일 “공포와 좌절을 조장하려는 적의 음모”라며 정보기관과 내무부 등에 대응을 지시했다.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장관은 지난 4일 피해 현장에 직접 나가 “수상한 샘플을 발견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제공하지 않았다.

마지드 미라흐마디 내무부 차관은 “음모자들이 학교폐쇄를 노린다”며 그 목적이 이란 반정부시위를 확대하려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요네스 파나히 이란 보건부 차관은 일련의 공격 사건이 “소녀들의 교육을 중단시키려는 목적이 있다”고 짐작했다.

한편 여학생 독가스 공격은 이란의 여성인권을 슬로건으로 내건 반정부시위와 때가 맞물려 발생했다.

지난해 7월 이란에서는 마흐사 아미니(당시 22세)가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인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하자 시위가 뒤따랐다. 처음에 아미니의 죽음에 항의하던 시위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어졌으나 지금은 소강상태다.

여성들은 시위를 통해 여성 인권 증진과 제도개혁을 요구했는데, 독극물 공격 사건은 이런 와중에 계속되고 있어 관련 여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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