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49살인데 손주 원해요”…자녀 대신 ‘맞선’ 보는 日부모들

“우리 아들 49살인데 손주 원해요”…자녀 대신 ‘맞선’ 보는 日부모들

김민지 기자
김민지 기자
입력 2023-09-03 22:06
수정 2023-09-03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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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 자료사진(본 기사와 관련없음). 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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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은 49살이에요. 아들이 직장에서 일하느라 연애를 못했는데, 우리는 손주를 원해서 이곳에 왔어요.”

혼인건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심각한 저출산 위기에 직면한 일본에서 미혼 자녀의 부모들이 자녀들 대신 맞선을 주선하는 행사가 열렸다.

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최근 일본 오사카 상공회의소에서는 60여명의 남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맞선’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의 독특한 점은 참가자들 중 자신의 취미나 취향 등에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모두 미혼인 자녀를 결혼시키기 위해 이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로, 대화의 주제도 모두 자녀에 대한 것들 뿐이다.

결혼정보업체에서 마련한 이 행사에 참석한 부모들은 각각 1만 4000엔(약 12만 6500원)의 참가비를 냈다.

행사 관계자는 “부모들이 이런 식으로 자녀 결혼을 돕는 것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며 “과거에는 이런 행사에 부모들이 나오는 것을 부끄러워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자녀는 대부분 30~40대로, 가장 어린 사람은 28세였고,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51세였다.

부모들은 자녀의 프로필 사진과 설명이 담긴 설문지 등을 들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부모들이 들고 다니는 종이에는 ‘결혼을 하게 된다면 다른 도시로 이주할 의향이 있느냐’ 등 자녀들이 미래의 배우자들에게 묻고 싶은 내용이 담겼다.

80대의 한 부부는 “49세인 아들이 직장일 때문에 연애할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하고 있다”며 “ 우리는 손주를 원하고 있어 행사에 직접 찾아왔다”고 말했다.

70대인 또 다른 부부는 “42세인 딸은 자신이 원할 때마다 자유롭게 어울리길 원해서 데이트 상대를 찾지 않고 있다”며 “딸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원하고, 딸도 우리가 배우자를 찾는 것을 뭐라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부모의 ‘맞선’ 성사 성공률은 높지 않은 편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실제 결혼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10% 정도다. 한 노부모는 “40살 아들을 위해 다른 10명의 부모와 프로필을 교환했지만 소득이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의 혼인 건수는 지난 2000년에는 79만 8138건, 2010년에는 70만 222건, 2020년에는 52만 5507건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21년의 혼인 건수는 50만 1116건으로 또 한 번 감소했지만 지난해는 51만 9823건으로 소폭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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