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밀폭로 스노든 “고심중”…선택 폭 좁아

美 기밀폭로 스노든 “고심중”…선택 폭 좁아

입력 2013-06-12 00:00
업데이트 2013-06-12 17:1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망명지로 중국·마카오 등 거론…홍콩서 법정투쟁 가능성도 “어떤 선택해도 확실한 안전담보 방안은 안돼”

미국 정보기관들의 개인정보 수집행위를 폭로해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킨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29)은 미국 사법당국에 넘겨질 경우 중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상당수 전문가는 스노든의 기밀문서 유출을 통한 폭로행위는 기밀문서 불법소지, 외부 무단반출 등을 통한 ‘반역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법률 검토에 착수한 미국 당국이 조만간 그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에도 착수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홍콩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스노든이 앞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 ‘안전한 망명지’ 찾기도 쉽지 않아

지난 10일까지 홍콩에 머물렀던 스노든은 현재 잠적한 상황이지만 다수 전문가는 그가 여전히 홍콩에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홍콩의 각종 신문과 방송들이 이미 관련 사건을 대서특필하며 스노든 얼굴도 대문짝만 하게 공개한 상황이어서 계속 홍콩에 머무는 것도 여의치 않게 됐다.

결국 하루빨리 ‘최적의 망명지’를 골라 보호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가능한 망명지로는 홍콩에서 비교적 가깝고 미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은 아시아 국가들이 거론된다. 중국 본토, 대만,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이 그런 국가들이다.

우선 중국 본토의 경우 미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미국과 정치적으로 경쟁하는 국가라는 점에서 스노든 입장에서는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치권을 갖고 있는 마카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과연 중국이 미국과 얼굴을 붉히면서까지 스노든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보일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인터넷 감시국가라는 오명을 쓴 중국이 국가감시를 비난하는 미국인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모순된 행동을 보일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망명지로는 미국과 수교가 안 된 대만이 거론되지만, 대만은 미국과 안보동맹관계를 형성하고 있는데다 대만은 그동안 범죄인 강제송환에서 미국정부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등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공산주의 국가들도 망명 후보지로 거론되고는 있지만 인권문제 때문에 조국과 등을 돌린 스노든이 인권침해로 비난받는 국가들을 선택할 가능성은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스노든은 잠적하기 직전 아이슬란드에 망명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지만 정작 아이슬란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홍콩서 법정투쟁하며 ‘정치박해’ 주장 가능성

스노든 앞에 놓인 얼마 안 되는 또다른 선택지는 홍콩에 계속 머물면서 장기간에 걸친 법정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AP통신이 홍콩 법률가들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홍콩당국이 미국 정부로부터 스노든에 대한 강제송환 요청을 받게 되면 관련 절차에 대한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 그 기간이 대략 1년이다.

강제송환에 대한 사법적 절차가 종결되면 렁춘잉(梁振英) 현 홍콩 행정장관이 강제송환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행정장관이 스노든에 대한 강제송환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스노든은 홍콩 사법체계에 따라 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또 ‘3심제’ 원리에 따라 각급 법원 결정에 대해서는 수차례 항소할 수도 있다.

비록 홍콩은 중국 일부이기는 하지만 자치권이 허용되고 특히 영국의 법률체계에 기초한 사법적 독립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과정에서 스노든은 자신이 미국으로 송환될 경우 정치적 박해의 대상이 돼 잔인하고 굴욕적인 처사를 받게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 가능성도 있다.

홍콩은 6개월 전 범죄인 강제송환 시에는 그가 고문뿐 아니라 잔인하고 굴욕적인 처사를 당하게 될지도 고려해야 한다며 관련 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한 판단은 행정장관이 결정한다.

AP는 그러나 전문가 견해를 인용, 미국이 홍콩에 송환요청을 할 때 잔인하고 굴욕적인 처사를 하지 않겠다는 외교적 약속을 하게 되면 홍콩당국이 강제이송을 거부할 명분이 사라진다며 “모험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 당국이 스노든을 끝까지 체포해 재판에 넘기려고 마음먹는다면 스노든은 이를 빠져나갈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강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