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버리라고 경고하다 15초간 발사…경찰 과잉행위 비판
캐나다 토론토 경찰이 흉기를 든 10대 소년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9발의 권총을 발사, 숨지게 해 파문이 일고 있다.29일(현지시간) 현지언론에 따르면 지난 26일 자정 직후 토론토 시내 던더스 가(街) 빈 버스에서 7㎝ 길이 흉기를 들고 있던 새미 야심(18)이 경관이 발사한 9발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당시 현장은 때마침 길을 가던 행인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온라인에 게시, 공개돼 시민의 분노를 사며 파문을 일으켰다.
이 동영상에는 실내등이 켜진 빈 버스 앞쪽 통로에 서 있는 야심을 향해 5명의 경찰이 “칼을 버리라”라는 경고를 여러 차례 외치던 중 총탄이 발사되기 시작해 15초가량 9발의 총성이 울리는 장면이 담겨 있다.
당시 출동 경관 중 4명이 권총을 빼들어 총격 자세를 취하고 있었고, 이 가운데 1명이 권총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격을 받은 야심이 쓰러지자 경관들은 버스로 달려가 그에게 전자충격기(일명 테이저)를 추가로 쐈고, 동영상에는 이 소리도 들린다.
언론과 시민들은 총기를 사용한 경찰의 과잉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한편 경찰의 총기 사용 수칙과 평소 교육 방식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파문이 확산하자 경찰은 총기를 발사한 경관에 정직 조치를 내리고 철저한 조사를 다짐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빌 블레어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민들이 제기하는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의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사건은 경찰에 의한 사망 사건 등을 전담 조사하는 주 경찰 특별조사팀(SIU)이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블레어 청장은 “조사팀에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이 조사 외에 별도 자체 조사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야심은 5년 전 캐나다로 이민 온 시리아 출신으로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을 대학 진학을 준비 중이었다. 친구들은 그가 다른 10대와 똑같은 평범한 소년이었다고 전했다.
가족과 친지들은 “이 아이가 죽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일이었다”며 “훈련받은 전문 경찰이 작은 칼 하나를 든 소년을 방어하지 못한다는 말이냐”고 물었다.
동영상을 촬영한 마틴 배런(47)씨는 당시 야심이 “매우 조용한 상태였다”며 “아주 갑작스럽게 상황이 고조되더니 총이 발사됐고, 총격이 멈춘 30여 초 후 전자충격기가 발사됐다”고 전했다.
학생과 시민들은 이날 사건 현장에서 항의 및 추모 시위를 벌이고 “나도 경찰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며 “살인 경찰”이라고 구호를 외치는 등 경찰을 격렬하게 비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