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에서 풋내기·바람둥이로… 케네디 신화 지워져도 향수 남아

영웅에서 풋내기·바람둥이로… 케네디 신화 지워져도 향수 남아

입력 2013-11-21 00:00
업데이트 2013-11-2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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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F 케네디 암살 50주년] 케네디 재평가 열풍 그래도 여전한 인기

‘조지 워싱턴(GW) 파크웨이’는 미국 수도 워싱턴의 포토맥 강변을 따라 나 있는 경치가 매우 아름다운 도로다. 이 도로에는 워싱턴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전설’이 얽혀 있다. 50여년 전 당시 백악관 주인이던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바람을 피울 때마다 부인 재클린이 울분을 풀기 위해 밤중에 이 도로를 홀로 드라이브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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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F 케네디 대통령 AFP=연합
존 F 케네디 대통령
AFP=연합
암살 당시만 해도 ‘완벽한 대통령’으로 추앙받았던 케네디이지만 갈수록 그에 대한 새로운 증언이 쏟아지면서 부정적 측면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케네디의 못 말리는 바람기와 숱한 염문설은 이제 정설이 되다시피 했다. 지난달 발간된 영국 작가 세라 브래드퍼드의 책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삶’에 따르면 케네디는 재클린에게 다른 여자와의 관계를 굳이 숨기려 들지 않았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의 비서이던 보비 베이커에게는 “매일 다른 여자를 만나지 않으면 두통이 온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케네디에 대한 재평가는 이제 여성 편력 등 사생활을 넘어 그의 정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케네디 암살 50주년을 앞두고 뉴욕타임스가 살펴본 미국의 24개 교과서에서 케네디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 부분이 줄고 냉정한 평가가 늘었다. 1968년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는 케네디를 비극의 영웅이자 자신감과 희망으로 미국의 미래를 바꾸려 했던 대통령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1987년 교과서에서는 케네디가 미화된 부분이 있으며 재임 기간 동안 이룬 입법적 성과는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케네디의 업적으로 꼽혔던 ‘쿠바 미사일 위기 해결’과 관련, 1968년 교과서에서는 케네디의 강인함과 자제력, 힘의 사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력의 결과로 기술했다. 하지만 1983년 교과서에서는 케네디의 승리가 아니라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소련 내 강경세력에 의해 축출된 데 따른 어부지리였다는 점에서 케네디의 업적이 공허하다고 평가했다. 베트남전과 관련해서도 1980년대 초반만 해도 베트남전에서 미국이 이길 가망이 없자 케네디가 미군 철수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해제된 기밀문서에서는 케네디가 베트남전 확전 의지를 갖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케네디가 흑인 시민권을 보장한 연방 민권법 제정에 소극적이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러한 시류를 반영하듯 케네디는 암살 40주년이었던 2003년 CNN 여론조사에서 에이브러햄 링컨과 함께 ‘가장 위대한 대통령’ 공동 1위에 꼽혔으나 최근 뉴욕타임스 여론조사에서는 로널드 레이건, 링컨, 빌 클린턴에 이어 4위로 밀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케네디에 관한 중앙정보국(CIA) 비밀문서 100만건 중 상당수가 2017년 10월 26일 이후 해제된다”며 ‘케네디 신화 벗기기’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하지만 케네디에 대한 재평가와는 별개로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케네디가 미국인들의 가슴속에 강렬한 인상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은 일종의 미스터리다. WP의 한 칼럼니스트는 “케네디의 진보적 이상과 프런티어 정신이 갑작스러운 암살로 인해 미완으로 끝난 데 따른 아쉬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젊고 매력적인 대통령이 충격적인 암살로 갑자기 곁을 떠난 데 따른 비극적 상실감과 연민 때문”이라는 보통 미국사람들의 분석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2013-11-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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