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비난하다 ‘머쓱’…”민감한 내용은 없다” 해명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권 주자인 젭 부시가 플로리다 주지사 시절 안보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WP는 부시가 지난달 ‘젭부시의 이메일’(jebbushemails.com)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해 공개한 주지사 시절의 이메일을 살펴본 결과 관용이 아닌 개인 이메일(jeb@jeb.org)이 사용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부시 전 주지사가 개인 이메일로 주고받은 내용에는 9·11 테러 대응과 주방위군 배치 같은 안보 사안뿐 아니라 투자 유치·법관 임명 등의 업무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2001년 9·11 테러 나흘 뒤의 이메일에서 플로리다 주 공군 부관참모가 부시의 개인 이메일로 대통령의 동원 명령에 대비하고 있다는 메일을 보내자 부시는 “동원 관련 내용을 계속 알려달라”고 답했다.
부시는 9·11 테러로 원자력발전소 같은 위험시설에 대한 테러 우려가 크던 2001년 11월 프랭크 브로건 부지사와 원자력발전소에 주 방위군을 배치하는 문제로 이메일을 주고받기도 했다.
2000년도 이메일에 첨부된 플로리다 주 방위군 활동 보고서에는 한국과 카리브 해 지역, 쿠웨이트 등지에 배치한 병력의 활동과 훈련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부시 전 주지사 측은 개인 이메일에 민감하거나 기밀인 내용은 없었다면서 개인 이메일 서버가 주지사 사무실에 보관돼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이버안보 전문가인 요하네스 울리히는 WP에 “개인 이메일은 관용 이메일보다 공격에 취약하다”면서 누군가 부시 전 주지사를 가장해 주 방위군 사령관의 컴퓨터에 접근, 군대 배치와 관련한 명령을 내릴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시 전 주지사는 2007년 퇴임한 뒤 개인 이메일 서버에 있던 약 55만 개의 이메일 중 절반 정도인 28만 개를 주 법에 따라 당국에 넘겼다. 부시 측은 지난해 5월 2만5천 개의 이메일을 추가 제출했다.
부시 전 주지사는 그동안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것을 두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난해온 터라 그 자신이 머쓱한 처지가 됐다.
공화당 대권 주자인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와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도 주지사 업무를 보면서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홀리 슐만 민주당 전국위원회 대변인은 “(클린턴의 개인 이메일 사용에 대한) 공화당 대권 주자들의 공격은 아주 솔직하지 못한 것”이라며 “젭 부시가 당국에 어떤 이메일을 제출하지 않았는지 등 공화당이 답해야 할 질문들이 매우 많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