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은 악마와의 거래” 멕시코 간 교황의 일갈

“마약은 악마와의 거래” 멕시코 간 교황의 일갈

오상도 기자
입력 2016-02-15 22:54
수정 2016-02-16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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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한 지도층·밀매상 겨냥 “탐욕 버려라”

“악마와 대화하지 마십시오. 하느님의 말씀만이 악마를 이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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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프란치스코(오른쪽) 교황이 14일(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인근의 한 소아병원을 방문해 어린이 환자의 쾌유를 기원하며 격려하고 있다.
멕시코시티 AFP 연합뉴스
멕시코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패한 지도층과 마약조직을 겨냥해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던졌다. 14일(현지시간) 대표적 빈민가인 멕시코시티의 에카타펙에서 열린 대규모 야외 미사에서 교황은 돈의 유혹과 허영심, 탐욕으로부터 벗어나야 비로소 멕시코의 미래가 열린다며 지도층과 범죄단체를 작심하고 비판했다. 이 미사는 교황의 닷새간의 멕시코 방문 일정 중 가장 중요한 행사로 꼽힌다.

교황은 30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행한 설교에서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것을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고난으로부터 얻은 빵을 먹는 것과 같다”며 지도층과 부자들의 이기심과 물질주의를 비판했다. 그는 이 빵을 가리켜 “탐욕으로 얻어진 쓰디쓴 빵”이라고 일갈했다.

또 이곳에서 활개 치는 마약 밀매상과 범죄조직을 가리켜 ‘죽음의 거래상’이라고 불렀다. 이어 “멕시코가 마약으로 삶이 파괴돼 탄식하는 남녀노소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사가 열린 에카타펙은 160만 빈민이 모여 사는 곳으로, 범죄의 온상지로 여겨진다. 매일같이 마약거래와 폭력, 성범죄, 납치, 살해가 일어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멕시코에선 지난 10년간 10만명이 넘는 민간인이 마약과 관련된 폭력으로 목숨을 잃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교황의 발언이 멕시코 정치지도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의 “악마와 대화하지 말라”는 발언을 놓고 다양한 해석을 쏟아내고 있다. BBC와 가디언 등은 물질만능주의에서 벗어나라는 경고로 해석한 반면 로이터는 멕시코 전역에서 횡행하는 죽음의 신에 대한 숭배를 배척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교황은 17일 미국과의 접경도시인 사우다드 후아레스를 찾아 난민을 위한 미사를 집전하며 멕시코 방문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6-02-1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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