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블랙리스트·제재… 트럼프 대량교란무기는 ‘막대한 경제력’

관세·블랙리스트·제재… 트럼프 대량교란무기는 ‘막대한 경제력’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입력 2019-06-10 23:04
업데이트 2019-06-11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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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이코노미스트 ‘경제력 무기화’ 분석…멕시코·이란·中 등 압박해 불안감 조성

美 주도 네트워크에도 악영향 미칠 듯
동맹 35개국 중 화웨이 퇴출은 3곳 뿐
트럼프 트윗에 무역 협정 무산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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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에 폭탄의 이미지를 합성한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 표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블랙리스트, 제재 등을 대량교란무기처럼 무역 상대국을 위협하는 데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 표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에 폭탄의 이미지를 합성한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 표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블랙리스트, 제재 등을 대량교란무기처럼 무역 상대국을 위협하는 데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 표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자국의 막대한 경제력을 대량교란무기처럼 휘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량교란무기는 핵·생화학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완해 사이버 공격처럼 인명 살상 없이 상대국을 무력화시키는 수단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8일(현지시간) 최신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블랙리스트, 제재 등을 교란 무기로 휘두르며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영향력은 미국이 보유한 11척의 항공모함, 6500개의 핵탄두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미국은 전 세계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중추로서 국가 간 인터넷 대역폭, 벤처 캐피털, 전화 운영 시스템, 일류 대학, 자금 관리 및 자산의 과반을 관리하거나 보유한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69년 38%에서 지난해 24%로 줄었지만 그 영향력은 오히려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공정한 무역 질서 때문에 미국이 적자를 본다면서 경제 민족주의적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으며 관세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캐러밴)을 막지 않으면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윽박지른 것이 구체적인 사례다. 이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할 미·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의 정신을 위반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영향력을 남용한다고도 꼬집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란과 베네수엘라와 같은 적들은 매우 엄격한 제재를 받는다”며 “지난해 1500명의 개인, 회사, 선박 등이 제재 명단에 추가됐는데 이는 기록적 수치”라고 전했다. 이어 “미국은 적국이 만든 반도체, 소프트웨어의 거래를 금지했고 이를 위반하면 은행 거래가 불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에 독이 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관측했다. 미국과 새로운 무역 협상을 하려는 나라들은 애써 맺은 협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한 줄로 무산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하고 있으며, 중국은 대미 보복에 착수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네트워크도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의 35개 동맹국 가운데 화웨이 퇴출에 합의한 나라는 3곳뿐이다. 중국은 국가 간 상업 분쟁을 해결할 자체 법원을 만들고 있으며, 유럽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우회할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네트워크가 엄청난 힘을 준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옳지만, 이를 마구잡이로 썼다가는 잃게 될 것”이라면서 “미국의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인 정당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9-06-1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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