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어긋난 명령 복종 못해”… 트럼프 때리고 떠난 美해군장관

“헌법 어긋난 명령 복종 못해”… 트럼프 때리고 떠난 美해군장관

한준규 기자
입력 2019-11-27 01:16
업데이트 2019-11-27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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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를 인정한다” 일방 경질에 불만 표출
트럼프 “최고 전사” 논란 전범 중사 감싸
“대통령 군법 무시, 미군 입지 훼손”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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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수장 잡은 군견 치켜세운 트럼프
IS 수장 잡은 군견 치켜세운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지난달 26일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수장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제압 작전에서 공을 세운 군견 ‘코넌’을 소개하고 있다. 아내 멜라니아(오른쪽) 여사와 마이크 펜스(왼쪽 두 번째) 부통령과 함께 코넌을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을 열어 코넌에게 메달과 명패, 인증서를 수여했다.
워싱턴 UPI 연합뉴스
리처드 스펜서 미 해군장관의 경질을 둘러싼 후폭풍이 워싱턴 정가를 뒤흔들고 있다. 스펜서 장관은 ‘헌법 정신에 어긋난 명령을 받아들 수 없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네이비실(특수부대) 대원 복권 명령을 비난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논란의 발단이 된 에드워드 갤러거 네이비실 중사를 ‘최고의 전사’라고 추켜세우며 스펜서 장관 해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스펜서 장관은 25일(현지시간) 언론에 공개된 사임 서한에서 “나는 양심상 미국 헌법을 지지하고 수호하기 위해 내 가족과 국기, 신념 앞에서 한 신성한 맹세를 어기는 명령에 복종할 수 없다”고 대통령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우리가 공유한 업적에 자부심을 느끼며 나는 즉시 효력이 있는 해군장관 해임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사임한다’는 표현이 아니라 ‘나의 해고를 인정한다’는 문구를 써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누군가 뒷배가 있고 그게 미국 대통령이라면, 내가 해야 할 일은 우리 군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갤러거 중사의 비호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도 이날 간담회를 열고 “백악관 관계자에게 스펜서 장관이 갤러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악관에 직접 접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스펜서 장관이 지휘 계통을 무시하고 백악관과 직접 거래를 하려 했다는 점을 경질 배경으로 부각했다.

갤러거 중사는 2017년 이라크전 참전 중 포로로 잡힌 이슬람국가(IS) 10대 대원을 살해하고, 시신 옆에서 셀카를 찍은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7월 그는 군법원에서 살해 등 대부분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시체 셀카’가 군 명예를 실추했다는 혐의에 대해 유죄를 받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갤러거 중사를 포함해 전쟁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3명에 대한 사면을 단행했고 이에 반발하는 스펜서 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AP는 군법을 무시한 대통령의 역할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또 전범에 대한 선처가 전 세계에서 미군의 법적·도덕적 입지를 훼손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9-11-2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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