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연구소 검증 못하는데 폼페이오도 “우한서 유출”…재선 앞둔 트럼프 구하기

中 연구소 검증 못하는데 폼페이오도 “우한서 유출”…재선 앞둔 트럼프 구하기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0-05-04 22:32
업데이트 2020-05-0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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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슈로 키우는 ‘中 코로나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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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타운홀 대담서 “美 코로나 사망자 10만명 예상… 백신은 연말에”
트럼프, 타운홀 대담서 “美 코로나 사망자 10만명 예상… 백신은 연말에”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링컨기념관에서 폭스뉴스가 주최한 화상 타운홀 대담 행사에 참석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가 당초 예측보다 훨씬 많은 1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연말이면 코로나19 백신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제기된 자신의 책임론을 반박하고 링컨 대통령의 동상을 가리키며 “(나는) 저 ‘신사’보다도 언론에 더 나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타운홀 행사는 많은 인원이 참석한 가운데 자유롭게 진행되지만, 폭스뉴스는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트럼프 대통령과 진행자만 무대에 오르도록 했다.
워싱턴DC UPI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의 연구소에서 퍼졌다”는 일각의 주장을 공식 제기하면서 미중 갈등이 격화될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중앙정보국(CIA) 국장 출신인 폼페이오 장관까지 ‘중국 연구소 유출설’을 거듭 주장하면서 이 문제는 ‘가짜뉴스’에서 ‘진실 공방’의 대상으로 격상됐다.

●폼페이오 “사람이 만든 것 아니라는 건 동의”

폼페이오 장관은 3일(현지시간) ABC방송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시작됐다는 거대한 증거가 있다”면서 “중국은 과거에도 세계를 감염시킨 전력이 있고 지금도 수준 이하의 연구소를 운영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회자가 ‘과학계의 합의는 이 바이러스가 사람이 만든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하자 “맞다. 나도 그것에 동의한다”면서 “정보기관들이 밝힌 것을 봤다. 그들이 틀렸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모순적인 대답을 했다.

●英 등 친미언론도 “우한연구소 유출설”

이날 영국과 호주 언론들도 일제히 “중국 우한의 한 연구소에서 비밀리에 코로나19 실험이 진행됐으며 알 수 없는 경로로 이 바이러스가 연구소 밖으로 유출됐다는 의혹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정보동맹체 ‘파이브 아이스’(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국가들이 함께 연구소 유출설을 제시하는 모양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은 지난 2월 세계적 의학저널 ‘랜싯’에 공동 성명을 내고 “코로나19가 자연에서 유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모든 음모론을 비난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여느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야생동물에서 나온 것으로 결론 났다”면서 “(연구소 유출설 등) 음모론은 바이러스와 싸우는 국제사회의 협력을 훼손하고 공포와 편견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美, 우한 연구소 공개 안 할 것 알고 이슈화

이렇게 ‘가짜뉴스’로 판명돼 폐기된 듯 보였던 연구소 유출설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잇따른 문제 제기로 미 대선 이슈로 되살아났다. 현재 미국은 코로나19 확진환자 116만명, 사망자 7만명으로 전 세계에서 피해가 가장 크다. 이 때문에 11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경합주 지지율 조사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밀리고 있다. 대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지자 감염병 초기대응 실패 여론을 희석시키고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고자 트럼프 대통령 측이 ‘연구소 유출설’을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 입장에서 해당 의혹의 진위 여부에 관계없이 주권 침해를 감수해 가며 우한 연구소를 미국에 공개할 리 만무하고 트럼프 행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결국 연구소 유출설은 미국 측이 대선 기간 내내 검증 없이 쓸 수 있는 ‘중국 때리기’ 소재가 될 전망이다.

●中 “증거없이 거짓말… 냉전시대 발상”

중국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는 4일 사평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코로나19 연구소 발원설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민일보도 논평에서 “미국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 책임론을 펴는 것은 냉전시대의 발상”이라고 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20-05-0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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