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바레인·UAE 수교 중재한 트럼프, 왜 아브라함 찾을까

이스라엘-바레인·UAE 수교 중재한 트럼프, 왜 아브라함 찾을까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9-16 08:53
업데이트 2020-09-16 08:5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두 번째)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진행된 아브라함 협정 서명식 도중 셰이크 압둘라 빈자예드 알나흐얀(오른쪽) 아랍에미리트(UAE) 외무장관이 서명한 문서를 취재진에게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이 압둘라티프 빈라시드 알자야니 바레인 외무장관, 그 옆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워싱턴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두 번째)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진행된 아브라함 협정 서명식 도중 셰이크 압둘라 빈자예드 알나흐얀(오른쪽) 아랍에미리트(UAE) 외무장관이 서명한 문서를 취재진에게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이 압둘라티프 빈라시드 알자야니 바레인 외무장관, 그 옆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워싱턴 AP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에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가 모두 조상으로 인정하는 아브라함이 소환됐다.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이 15일(현지시간) 걸프 지역 아랍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 및 바레인과 관계 정상화 협정을 체결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 서명식을 ‘아브라함 협정 서명식’으로 명명했다.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셰이크 압둘라 빈자예드 알나흐얀 UAE 외무장관, 압둘라티프 빈라시드 알자야니 바레인 외무장관이 참석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증인’ 자격으로 서명했다. 이스라엘과 UAE, 이스라엘과 바레인은 각각 양자 협정을 맺었고, 세 나라의 3자 협정도 체결했다.

기원 전 2000년대 사람으로 추정되며 구약성서 창세기편과 정확히 일치하는 아브라함은 첫 아들 이스마엘과 둘째 아들 이삭을 뒀는데 이스마엘은 아랍인의 조상, 이삭은 유대인의 조상으로 각각 여겨진다. 유대교와 기독교의 뿌리인 이스라엘과 이슬람교를 믿는 걸프 지역 아랍국가의 단합을 상징하는 존재로서 아브라함이 소환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1948년 건국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분쟁 등을 이유로 대립관계였던 걸프 지역 아랍국가와 수교에 합의하기는 72년 만에 처음이다. 이스라엘이 수교했거나 합의한 이슬람 아랍국가는 기존 이집트와 요르단을 포함해 4개국으로 늘었다. 이스라엘은 1979년 이집트와 평화협정을 맺었고 1994년에는 요르단과 평화협정으로 적대 관계를 청산했다. 북서아프리카의 아랍연맹 회원국인 모리타니아도 1999년 이스라엘과 수교했지만 2010년 단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 연설을 통해 “우리는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이곳에 있다”며 “수십 년의 분열과 갈등 이후 우리는 새로운 중동의 여명을 맞이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 앞서 집무실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면담하면서 이스라엘과 5∼6개 국가가 추가 평화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그들과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추가로 수교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이슬람 국가로는 오만, 수단, 모로코 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슬람 수니파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적당한 시기에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바레인과 UAE 모두 수니파로 사우디의 영향력 아래 있다.
미국 백악관에서 아브라함 협정 서명식이 진행된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올드시티의 성벽에 협정에 서명한 미국(왼쪽부터),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국기가 투사돼 있다. 예루살렘 AP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에서 아브라함 협정 서명식이 진행된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올드시티의 성벽에 협정에 서명한 미국(왼쪽부터),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국기가 투사돼 있다.
예루살렘 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피스메이커’를 자임하며 이번 협정 성사를 중요한 외교 치적으로 포장해왔다. 로이터 통신은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을 하나로 묶은 이번 협정은 중동 지역에서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영향력 확대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대한 아랍권 공동의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 가운데 중요한 ‘친(親) 이스라엘’ 성향의 복음주의 기독교 유권자들의 지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 앞서 오전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이스라엘에 판매한 무기를 다른 중동 국가에도 팔 의향이 있으며 미국인의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UAE가 F35 전투기 구매를 희망한다고 밝힌 뒤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13일 UAE와 이스라엘이, 지난 11일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팔레스타인은 더욱 고립되고 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은 이날 성명을 내 “평화, 안보, 안정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점령정책이 끝날 때까지 (중동)지역에서 달성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백악관에서 서명식이 진행될 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로켓탄 두 발이 이스라엘 남쪽으로 발사돼 이스라엘인 둘이 다쳤다. 또 나블루스, 헤브론 등 요르단강 서안 도시와 가자지구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