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이름 밝히기’ 캠페인…90개 기관 40만 의료인 동참
영국 의사 케이트 그레인저(31·여)는 2011년 희귀암 진단을 받았다. 시한부 판정의 공포에 내몰린 그에게 담당의사는 자기 소개는 물론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암이 퍼졌다고만 했다.병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의사도, 간호사도 자신들의 이름을 그레인저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들이 그레인저를 부르는 명칭도 그저 ‘7번 침대’였다. 처음 만나면 이름부터 알리는 기본적인 예의가 병원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그레인저는 트위터에서 해시태그(#hellomynameis)를 달아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이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몸도 마음도 약해진 환자에게 의료진이 자신의 이름부터 밝히며 인간적으로 대해주길 바라는 뜻에서다.
그레인저의 캠페인은 트위터를 타고 퍼져 나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제레미 헌트 보건장관도 지지 의사를 표했다.
그레인저가 의사로 일해온 미드 요크셔 병원은 당장 캠페인을 실행에 옮겼다. 곧이어 영국 국민건강보험(NHS) 소속 90개 의료기관이 동참, 40만 명의 의료인이 캠페인에 합류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도 캠페인 확산을 위해 4만 파운드(한화 6천600만원)를 내놨다.
그레인저는 2일(현지시간) BBC방송 라디오 4에 나와 “(의료진이) 자기소개를 안 하면 내가 진짜 인간이 아니라 그저 병든 신체에 불과한 것으로 느껴졌다”면서 “자기소개를 하면 확실히 안정감이 들었고 덜 외롭다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 캠페인의 핵심 메시지는 환자를 존중하고 품위있게 대하는 것”이라면서 “불운하게도 내 병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지만 더 나은 의료 서비스가 나의 유산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레인저는 2011년 미국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신체의 결합조직에 암이 발병했다는 진단을 받았다. 화학 요법으로 치료를 받고는 있지만 올해를 넘기기 어려울 수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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