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나오면 ‘3차 구제금융’…그리스 정권 교체 가능성반대 전망은 대립…그리스 정부 “더 좋은 합의” vs “유로존 탈퇴”
그리스 국민이 5일(현지시간) 선택한 국민투표에서 채권단의 협상안에 찬성으로 결정되면 결국 ‘3차 구제금융’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찬성은 새로운 구제금융 합의란 예상에는 큰 이견은 없다. 다만 채권단과 협상할 주체가 집권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일지 아니면 거국적으로 구성된 과도정부일지 등은 확실치 않다.
찬성이라도 즉각 국가부도 사태가 해결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긴급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면 은행 부도, 예금자 손실 분담(헤어컷) 등의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결정되는 경우의 전망은 극명하게 갈린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반대는 더 좋은 합의’라고 주장한 반면 야당과 채권단 등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인 ‘그렉시트’(Grexit)가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 결정은 그리스는 물론 유로존 전체가 한번도 가지 않은 길에 들어서고, 변수들이 많아 예측 불가의 나날이 올 것이란 전망만 가능하다.
◇’찬성=3차 구제금융’…시리자 정부 실각 가능성
그리스 정부는 채권단이 지난달 25일 제안한 협상안을 거부했지만 국민이 수용을 택한다면 때문에 정부는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투표에 부친 안건인 협상안은 ‘2차 구제금융 5개월 연장안’이지만 협상 결렬로 2차 구제금융은 지난달 30일 종료됐다.
따라서 국민은 채권단의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정부는 국민의 뜻대로 120억 유로(약 13조원)를 지원받는 구제금융 연장안에 합의할 수 없고 지난달 30일 제안한 ‘3차 구제금융’ 협상이 이뤄지게 된다.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달 30일 채권단 대표들인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에 보낸 서한에서 3차 구제금융을 요청한 바 있다.
그리스의 제안은 채권단의 제안 가운데 연금 삭감과 부가가치세 개편 등 일부 수정을 전제로 수용하겠다며 유럽안정화기구(ESM)가 2년 동안 그리스가 부채를 상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채무재조정을 요구했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은 이 제안을 놓고 2차례 긴급 전화회의를 열었지만 그리스 정부의 국민투표 강행 방침에 따라 협상을 투표 이후로 미뤘다.
다만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과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이 제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평가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IMF가 지난 2일 그리스의 부채는 지속 가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채무 탕감(헤어컷)도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내놔 협상의 쟁점은 긴축 정책보다 채무 탕감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IMF는 EU 채권단에 채무 탕감을 압박하고 있지만 독일 등은 자국 납세자의 반발에 따라 부정적으로 ‘그리스-채권단’ 갈등 구도에 채권단 내부 대립이란 변수도 생겼다.
협상 지연으로 그리스가 오는 20일 ECB에 부채 35억 유로를 상환하지 못하면 디폴트와 긴급유동성지원(ELA) 중단 등 그리스는 파국을 맞게 된다.
따라서 20일 전에 3차 구제금융에 합의하거나, 합의 전까지 필요한 유동성을 지원하는 ‘브릿지 론’을 우선 제공하고 8월 이후 협상을 타결할 가능성 등이 나온다.
협상의 주체도 논란의 대상이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찬성이 나오면 바로 사퇴하고 평의원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지만 치프라스 총리는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권단은 치프라스 총리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치프라스 총리가 사퇴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총리가 사퇴하면 야당을 포함하는 거국적 과도정부가 들어서 채권단과 협상에 나설 수 있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지난 3일 찬성이 나오면 현 정부를 대신해 채권단과 협상할 기술관료 주도의 과도정부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며 협상을 타결한다면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시리자 집권은 종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는 지난 2011년 11월 2차 구제금융 협상 과정에서 루카스 파파디모스 전 그리스중앙은행 총재를 총리로 하는 과도정부를 구성해 채권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바 있다.
과도정부 구성도 현재 그리스 정치 상황에서 쉽지 않은 상태로 총선을 치러야 할 수 있으며, 과도정부가 수립되도 총선은 불가피하다. 현재로서는 시리자의 지지율이 가장 높아 총선에서 시리자가 재집권할 수도 있다.
◇반대 결정시 전망은 ‘정반대’…”채무 탕감 합의” vs “그렉시트”
치프라스 총리는 반대는 협상력을 높이기 때문에 48시간 안에 더 좋은 합의안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IMF가 부채 30%를 헤어컷하고 만기를 20년 늘려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며 반대 결과는 채권단을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전망은 그리스 정부만 내놓고 있으며 야당과 채권단은 반대 결정으로 파국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채권단 가운데 그리스의 ‘우군’인 프랑스와 이탈리아 정상, 융커 EU 집행위원장 등도 반대 결정은 유럽에서 떠나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입장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선 6일로 예정된 ECB 회의에서 그리스의 유일한 지원책인 ‘긴급유동성지원’(ELA)을 중단하나 그리스 국채의 담보 인정 비율을 낮추는 등의 조치가 예상된다.
ECB의 자금줄이 끊기면 20일 ECB 채무불이행으로 실질적 디폴트에 처하는 것은 물론 그리스 시중은행들도 부도를 맞게 된다.
그리스 정부는 금융체계가 붕괴되면 유로화 사용을 포기하고 새로운 화폐를 발행할 수 밖에 없어 그렉시트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야당 등의 논리다.
다만 독일 재무장관은 전날 그리스가 당분간 유로화를 갖지 않아도 유로존 회원국으로 있을 수 있다고 밝혀 차용증서인 ‘IOU’를 발행하고 3차 구제금융 협상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전날 뉴스웹사이트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부도를 낸 유로존 국가와 함께 사는 것에 익숙해져야 할 수도 있다”며 “국민투표가 유로존 잔류냐 아니냐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는 건 매우 명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의 IOU 발행을 통한 국내 결제는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외 지급결제 등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IOU 가치하락 등이 예상됨에 따라 자국통화 도입 이외의 수단은 중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
그렉시트는 유로존의 신뢰도 깨뜨리고 경제적 손실도 상당하기 때문에 반대 결정에 따른 3차 구제금융 타결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스페인 일간 엘문도와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붕괴됐을 때 1조 유로의 손실이 있을 것”이라며 “채권단이 그렇게 되기까지 내버려둘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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