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총리 “똑같이 위기인데 그리스엔 10배 더 지원… 개혁 추진력 잃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처한 우크라이나의 총리가 “유럽연합(EU)이 그리스 사태를 다루는 방식은 정치적 재앙”이라며 국제 채권단과 그리스 모두를 싸잡아 비판했다.아르세니 야체뉴크 우크라이나 총리는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에서 “세계가 그리스에만 주목하고 우크라이나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현재 군사적으로는 러시아와 대치하고, 경제적으로는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상실한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250억 달러(약 29조원)를 지원받기로 약속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그리스는 우크라이나보다 인구가 4배 적은데도 이미 3000억 유로(약 377조원)를 지원받았고 600억~800억 유로를 추가로 요청하고 있다”며 그리스와 우크라이나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1년째 내전을 겪는 우크라이나는 올해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업률이 1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며, GDP 대비 정부부채는 94%에 이른다.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는 민간 채권단과 153억 달러의 채무를 면제받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IMF로부터 400억 달러의 추가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조건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민간 채권단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야체뉴크 총리는 그리스 사태로 우크라이나의 개혁이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채권단이 요구한 긴축재정 등 경제개혁에 반발해 재협상에 나선 그리스의 선례가 우크라이나 내 반(反)개혁 세력들에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야체뉴크 총리는 “그리스 사태는 강도 높은 개혁 약속을 이행하려는 정부들의 추진력을 약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5-07-1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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