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여성 임원 할당제 의무 도입… 기업들은 ‘시큰둥’

獨, 여성 임원 할당제 의무 도입… 기업들은 ‘시큰둥’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0-11-22 22:32
업데이트 2020-11-23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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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3명 이상 중 1명은 여성 법제화
많은 이사 중 1명만 두는 편법 나올 수도
기업계 “후보 자격 부족… 불필요한 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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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 중독 사건’ 언급하는 메르켈 총리
‘나발니 중독 사건’ 언급하는 메르켈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일(현지시간) 베를린의 총리실에서 독극물 중독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러시아의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사건에 대해 성명을 내고 취재진과 문답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이날 나발니에게 노비촉 계열의 화학 신경작용제가 사용됐다고 밝혔다. 베를린 AP=연합뉴스 2020-09-03 07:50:35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연정이 상장 기업이 반드시 여성 임원을 두도록 하는 의무 할당제 도입에 합의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집권 15년째인 메르켈 총리가 독일 직장에서 양성 평등을 향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는다. 집권 중도 우파 기민당(CDP)과 중도 좌파 사민당(SDP) 등은 3명 이상인 경영 이사회에 최소한 한 명의 여성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합의했다. 여성 임원이 없는 기업은 합당한 이유가 없으면 제재를 받게 된다.

독일 대기업 이사회의 양성 균형은 수년 동안 토론의 주제였다. 프란치스카 기파이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번 합의는 역사적인 약진이라고 불렀다. 그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여성 임원을 더 채용하도록 격려한 정책이 실패했다며 “(여성 임원 할당제로) 우리는 여성 없는 대기업 경영진 시대를 종식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 물러나는 메르켈 총리의 유력한 후임자로 거론되는 올라프 숄츠 재무장관은 “마침내 기민당과 기업 이사회의 여성 할당 문제에 결론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숄츠 장관이 속한 기민당은 이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마르셀 프라츠셔 독일경제연구소(DIW) 대표는 “독일에서의 평등과 평등한 기회를 위한 중요한 걸음”이라며 “대기업들에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녹색당은 “이제는 구속력 있는 여성 할당제가 도입될 시기”라면서도 이번 정부 안에 대해 “최소”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사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여성을 단 1명만 두는 편법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계는 이 합의안에 시큰둥했다. 이들은 할당제는 기업 내부 일에 대한 불필요한 간섭이라거나 이사회에 들어갈 자격을 갖춘 여성 후보자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독일에서는 지난해 10월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의 공동 최고경영자(CEO)에 제니퍼 모건이 오르면서 기업에서 여성이 유리천장을 깼다며 주목을 받았다. 우량 기업의 첫 여성 CEO였던 모건은 6개월 만인 지난 4월 물러났다.

독일 닥스 상장 기업의 이사회에서 여성 비율은 12.8%이다. 이는 미국의 28.6%, 스웨덴 24.9%, 영국의 24.5%보다 훨씬 낮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2020-11-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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