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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남부 헤르손 함락… 수도 키이우 도심 27㎞까지 접근

러, 우크라 남부 헤르손 함락… 수도 키이우 도심 27㎞까지 접근

이정수 기자
이정수, 오달란 기자
입력 2022-03-03 22:20
업데이트 2022-03-04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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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맞은 우크라 침공 전황

15시간 공습·포격 마리우폴 포위
크림반도·돈바스 연결 요충 공략
러軍 64㎞행렬 연료·식량 없어 멈춰
바이든 “러의 나토 영토 진입 불허”
러 “협상 관계없이 군사시설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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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7일째인 2일(현지시간) 각지에서 러시아군의 포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도시 이르핀의 파괴된 건물에서 주민들이 소지품을 꺼내 오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날 크림반도와 접한 남부 도시 헤르손을 점령하는 등 공세를 이어 갔다. 이르핀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7일째인 2일(현지시간) 각지에서 러시아군의 포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도시 이르핀의 파괴된 건물에서 주민들이 소지품을 꺼내 오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날 크림반도와 접한 남부 도시 헤르손을 점령하는 등 공세를 이어 갔다.
이르핀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수도 키이우(키예프) 등 주요 도시에서 러시아의 침공을 일주일째 막아 내며 선전하고 있지만 남부 지역 등지에선 러시아군이 조금씩 우크라이나 영토를 잠식하고 있다. 정전 협상이 즉각적인 결실을 못 내는 사이 점점 잔혹해지는 러시아군의 공격이 지속되면 서방의 군사 지원 없는 우크라이나는 결국 ‘유럽의 아프가니스탄’이 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미국전쟁연구소(ISW)의 전세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키이우를 둘러싼 포위망을 좁혀 가는 한편 제2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에 공수부대를 투입해 점령하는 등 공격 강도를 높이고 있다. 예상보다 강한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에 당황하며 침공 일주일째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러시아는 키이우, 하르키우, 흑해 항구도시 마리우폴, 크림반도와 인접한 남부 도시 헤르손 등 4곳을 중점적으로 공격했다.

인구 30만명의 헤르손은 이날 러시아 수중에 떨어졌다. 이호르 콜리카에우 헤르손 시장은 러시아군이 기차역 항구와 관공서 등을 장악했고 시내에 우크라이나군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이번 전쟁에서 장악한 첫 도시 헤르손을 거점 삼아 미콜라이우와 오데사가 있는 서쪽으로 진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15시간 동안의 포격·공습에 마리우폴은 완전히 포위됐다. 마리우폴 점령은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친러 반군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 지역을 연결할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는 의미다. ISW는 러시아가 마리우폴의 민간 인프라와 주택가를 무차별 공격함으로써 항복을 받아 내는 작전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르키우 함락은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는 러시아의 전세를 뒤집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영국 합동군사령관 출신의 리처드 배런스는 “하르키우가 점령되면 군 사기 면에서 키이우 전투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러시아군 입장에서는 ‘중대한 군사적 승리’가 될 것이라고 봤다.

러시아가 연료와 식량이 떨어지는 바람에 키이우로 진격하지 못하고 사흘째 발이 묶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민간 위성사진을 보면 무려 64㎞에 이르는 러시아군 차량 행렬은 사흘째 키이우 도심 27㎞ 지점에서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연료가 떨어졌고 병사들을 먹일 음식도 동나는 등 보급 문제가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영국 국방부도 “우크라이나의 완고한 저항과 기계 고장 등이 정체 이유”라고 분석했다.

애초 2일 열릴 예정이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2차 정전 회담은 시작 시간이 계속 미뤄진 끝에 벨라루스 브레스트주에서 3일 오후 열렸다고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가 보도했다. 지난달 28일 5시간 동안 이어진 1차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측은 돈바스·크림반도를 포함한 자국 영토에서 러시아군이 즉각 철군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의 친러 공화국 독립을 인정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비가입을 명문화할 것을 주장했다. 양측 모두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우크라이나의 비극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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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정전 협상과 관계없이 우크라이나의 군사시설을 계속 파괴하겠다고 경고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3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평화합의에 서명하더라도 러시아를 위협하는 기간 시설을 제거하는 ‘탈군사화’를 완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서방의 공포 조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 사상자도 속출하고 있지만 서방은 여전히 무기 지원 외의 직접적인 군사 개입에는 선을 긋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국정연설에서 “러시아가 나토 영토엔 1인치도 진입하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우리 군대는 교전 중이 아니며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과 충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의 아프가니스탄’을 만들어 난민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는 지옥의 문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빠른 점령 후 꼭두각시 정권을 세우려는 푸틴 대통령의 당초 계획이 틀어진 만큼 군사적 승리를 거둔 뒤에도 지속적인 무장 독립투쟁이 일어날 것이며, 이를 진압하기 위해 수만명의 러시아군이 상시 주둔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정수 기자
오달란 기자
2022-03-0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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