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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명 숨진 힐스버러 축구장 참사… 英경찰, 34년 만에 유족에게 사과

97명 숨진 힐스버러 축구장 참사… 英경찰, 34년 만에 유족에게 사과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3-02-02 01:03
업데이트 2023-02-02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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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장협·경찰협 공동 입장문
“국민 생명·안전 제대로 못 지켜”
유족 소통 등 새 윤리규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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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튼 유니폼을 입은 팬이 지난 2015년 4월 15일 열린 힐스버러 참사 26주기 추모식 행사에서 리버풀 홈구장인 안필드에 있는 힐즈버러 참사 희생자 추모관에서 희생자를 기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에버튼 유니폼을 입은 팬이 지난 2015년 4월 15일 열린 힐스버러 참사 26주기 추모식 행사에서 리버풀 홈구장인 안필드에 있는 힐즈버러 참사 희생자 추모관에서 희생자를 기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경찰의 의무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입니다. 힐스버러 참사 때 우리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영국 경찰이 힐스버러 참사 발생 34년 만에 처음으로 유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당시 과오를 통렬하게 반성해 또 다른 참사를 예방하고 대응 실패 반복을 막기 위해서다.

31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경찰청장협의회(NPCC)와 경찰협회는 56쪽에 달하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1989년 4월 15일 벌어진 힐스버러 참사 유가족을 비난하기 위해 거짓 정보를 수차례 발표한 과오도 인정했다. 앞서 영국 경찰은 사고 책임을 술에 취한 리버풀 팬들에게 떠넘겨 왔다.

마틴 휴잇 경찰청장협의회장은 “아직도 관련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유족의 고통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앤디 마시 영국경찰협회장도 “경찰의 실패가 비극의 주원인이었으며, 참사 이후 잘못된 대처가 희생자 가족의 삶을 계속 황폐하게 만들었다”면서 “경찰은 유족을 무감각하게 대했고, 참사 이후 유족들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그날 힐스버러스타디움에서 열린 리버풀과 노팅엄포레스트의 FA컵 준결승전 전반 6분쯤 리버풀 골대 뒤쪽 레핑스 레인 테라스(입석 형태의 관중석)에서 관중 압사 사고가 발생해 당시 94명이 현장에서 숨졌고 3명이 사고 후유증을 겪다가 사망했다.

영국 경찰은 ‘유가족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원칙과 ‘진실을 말할 의무’를 핵심으로 한 ‘참사 유가족 소통에 관한 지침’ 등 윤리 규정도 만들기로 했다.

힐스버러 참사는 지금껏 유족의 끈질긴 노력으로 비밀문서 검토까지 대대적인 조사가 이뤄졌고, 2012년 경찰의 잘못이 처음 인정됐다. 2016년에는 희생자들 행동이 아닌 구조책임을 다하지 못한 경찰의 과실에 따른 참사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영국 법원 배심원단의 평결이 나왔다.
최영권 기자
2023-02-0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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