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퇴임 후 첫 공식 인터뷰
내년 옛 동독 지역 3개 주 선거
극우 AfD 지지도 가장 높게 나와
“항상 모든 독일인의 총리로 여겨”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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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통일 33주년 기념일인 3일(현지시간) ZDF방송의 다큐 프로그램 ‘맥박’과 인터뷰했다. 2021년 12월 퇴임 후 첫 언론과의 공식 인터뷰다.
2015년 난민 위기 당시 100만명이 넘는 난민을 받아들여 유럽은 물론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메르켈 전 총리는 최근 세를 키우고 있는 극우 성향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투표하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내년에는 옛 동독 지역인 작센주와 튀링겐주, 브란덴부르크주의회 선거가 실시된다. 최근 설문조사를 보면 AfD가 3개 주 모두에서 지지도가 가장 높게 나온다.
메르켈 전 총리는 난민 위기 당시를 돌아보며 “나에게 매우 화가 난 사람들이 있었다. 유로화가 곤경에 처했을 때 시작된 난민 유입이 우리에게 왔을 때 독일은 양극단으로 갈렸다”면서 “대다수가 아니라 급진적이고 시끄러우며 편협한 그룹이 큰 목소리를 냈고, 편협함에 맞서 나를 옹호하던 많은 이들의 발언권이 줄어들었다는 데 참담함을 느끼곤 했다”고 덧붙였다.
16년을 총리로 일하고 평민으로 돌아간 메르켈 전 총리는 2021년 독일 통일 기념식 연설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옛 동독 경력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그는 동독 이력을 ‘필요 없는 짐’으로 표현한 기사를 지목하며 “너무 놀라 명치를 한 방 맞은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동독 출신으로 느낀 차별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나는 핵심이 빠진 느낌이었다”면서 “내가 성취한 모든 것, 경력과 성장이 동독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에게서는 쉽게 무엇인가를 분리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왜 총리 시절에 동독인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나는 항상 모든 독일인의 총리라고 스스로를 이해했기 때문”이라며 “‘또 동독 얘기하네’라고 낙인이 찍힐까 봐 동독 시절에 대해 솔직하고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ZDF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통일 후 33년이 흘렀는데도 2등 시민처럼 느끼느냐는 질문에 동독 출신의 50%가 ‘그렇다’고 답했다. 4년 전보다 4%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메르켈 전 총리는 동독 출신이나 이주 이력을 지닌 사람들이 자신의 출발점을 결함으로 여기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항상 우리의 강점은 다양성이라고 주장해 왔다”면서 ‘이민자 포용’과 같은 통일의 새로운 서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2023-10-04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