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소네 야스히로
18일 지지통신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은 전국 국립대에 나카소네 전 총리의 정부·자민당 합동 장례식 당일 조기를 게양하고 오후 2시 10분에는 일제히 묵념을 하라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냈다. 강제성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었지만, 국립대 예산과 인사 및 평가 권한을 갖고 있는 문부과학성의 지침 통보는 명령으로 인식되기에 충분했다.
대학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거부한 국립대도 있었고, 정부 방침을 수용한 국립대도 있었다.
장례식 당일 정부 방침에 따른 히토쓰바시대(도쿄도 구니타치시)에서는 20여명의 학생이 조기가 게양된 건물 앞에서 “대학의 자치와 학문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며 항의집회를 했다. 법학전문대학원 1학년 학생은 “죽음에 대한 애도는 개인마다 생각이 다른데, 이를 강제하는 것은 내적 자유를 짓밟는 것”이라며 “정부 지침에 따르지 않은 국립대도 있는데, 왜 우리 대학은 이를 수용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장례식장 앞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기무라 소타 도쿄도립대 교수(헌법학)는 “설령 강제가 아니라고 해도 조의를 표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사상·양심의 자유에 저촉되는 것”이라며 “장례식이 있다고 통보하는 수준까지만 하고 그 다음은 대학 자율에 맡겼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내용을 다룬 지지통신 기사에는 인터넷에 올려진 지 4시간여 만에 정부 비판 중심의 댓글이 3500개 이상 달렸다. 한 네티즌은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최근 일본학술회의 일부 추천 인사에 대한 임명을 거부한 것을 언급하며 “학술회의에서는 과거 전례를 답습하지 않겠다더니 나카소네 전 총리 장례식에서는 전례를 따랐다. 일관성 없는 정반대의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국립대에 쓸데없는 요구를 해 공연히 고인에 대한 추모 분위기를 해치는 결과를 낳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