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단조로운 목소리… 야당서 야유도
“총리 답변 능력, 정권 명운 좌우에 우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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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총리는 취임 후 40일 만인 지난 26일 도쿄 국회의사당에서 국정운영 방침을 밝히는 ‘소신표명 연설’을 했다. 마스크를 쓰고 연단에 오른 그는 원고를 양손으로 누른 채 7000자 분량의 연설문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수시로 고개를 들어 좌중을 바라보기는 했지만, 마스크 위로 드러난 눈매에서는 어떠한 표정도 느낄 수 없었다.
역대 총리들이 양념처럼 활용했던 옛 고사의 인용 같은 것도 없었다. 지루한 낭독이 이어지자 야당석을 중심으로 신문을 읽거나 팔짱 끼고 잠을 청하는 의원들이 생겨났다. 도쿄신문은 27일 “스가 총리의 얼굴을 100장 찍어도 모두 다 같은 얼굴”이라는 사진기자들의 불평을 전하기도 했다. 교도통신은 스가 총리가 연설문을 여섯 군데나 잘못 읽었다고 전했다. 이를테면 코로나19 의료지원과 관련, “중증자에게 중점을 두겠다”란 문장에서 ‘중점’의 발음을 ‘원점’으로 오인되도록 읽었다. 야당석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스가 총리는 그동안에도 발언력이나 답변력에서 적잖은 우려를 사 왔다. 7년 8개월간 정부 대변인으로 하루 두 차례 기자회견을 했지만, 그때는 실무자들이 써 준 것을 거의 그대로 읽은 것이어서 지금과 상황이 다르다. 그는 총리관저 로비 등에서의 기자들 질문에도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자민당 중진 의원은 마이니치신문에 “총리의 답변 능력이야말로 정권의 명운을 좌우하는 것”이라며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2020-10-28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