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보내 관광객 태워와…화물은 수송기로 별도 운송”약 8만명 이집트 체류중”…이집트행 항공 운항 중단으로 큰 혼란도
이집트로의 항공기 운항을 전면 금지한 러시아가 7일(현지시간) 이집트에 머물고 있는 자국 관광객 수송 작전에 돌입했다.러시아 당국은 주로 국영 항공사 아에로플로트 소속 여객기들을 현지로 보내 승객들을 태워오는 한편 이들의 화물은 비상사태부 소속 수송기로 별도로 운송해 오기 시작했다.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러시아 부총리는 이날 이집트로의 항공기 운항 중단에 따른 비상대책회의를 연 뒤 기자들에게 “관광객들과 화물을 러시아로 운송하는 작업과 함께 이집트 당국과 향후 비행 안전 확보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벌써 이집트의 카이로, 후르가다, 샤름엘셰이크 등에서 관광객들을 태운 10대의 항공기가 러시아로 출발했다고 소개했다.
올렉 사포노프 관광청장도 러시아 관광객 귀국 조치에 대해 전하면서 “이는 정기 노선을 이용한 귀환이며 비상대피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여행객들이 애초 계획대로 휴식을 취하고 예정됐던 날짜에 귀국할 것이란 설명이었다.
그는 “현재 이집트에 약 8만명의 러시아인이 머물고 있다”면서 “약 7만9천명이 샤름엘셰이크와 후르가다 휴양지에서 쉬고 있다”고도 알렸다.
러시아여행사협회 관계자는 “이집트 내 관광객들을 모두 귀국시키기 위해선 약 300대의 항공기를 투입해야 하며 기간은 약 1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안을 위해 이집트를 출발하는 비행기에 오르는 승객들은 10kg 이하의 수화물만 들고 탑승할 수 있다. 러시아 당국은 비상사태부 소속 수송기를 투입해 남은 여행객들의 화물을 별도로 모스크바로 운송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 속에 폭발물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을 고려한 보안 조치다.
이에 앞서 전날 러시아 정부가 여객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자국민들의 이집트 여행을 전면 금지함에 따라 러시아 내 국제공항들에선 큰 혼란이 빚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 국가반(反)테러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연방보안국(FSB) 국장으로부터 여객기 추락 사고의 원인이 명확해질 때까지 이집트를 오가는 모든 러시아 여객기의 운항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건의를 받고 이를 수용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항공사들의 이집트 취항을 전면 중단시키고 이집트 현지에 머물고 있는 자국민들의 귀국 방안을 마련하라고 관계 기관에 지시했다. 이날 저녁부터 이집트로 가는 모든 러시아 여객기들의 운항이 완전히 중단됐다.
이에 따라 브누코보, 셰레메티예보, 도모데도보 등 모스크바 국제공항들에서 이집트로 가려던 승객들의 발이 묶이면서 큰 혼란이 벌어졌다고 인테르팍스 통신 등이 전했다.
모스크바 남쪽 브누코보 공항에선 6일 밤부터 7일 아침까지 약 1천명의 승객이 비행기에 오르지 못해 발을 구르다 귀가했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탑승했던 일부 승객들도 내려야 했다.
승객들은 비행기표 환불과 향후 대책 등에 대한 안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일부 승객들은 스트레스로 혈압이 올라 응급처치를 받기도 했다.
모스크바 북쪽 셰레메티예보 공항과 동쪽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에서도 이집트로 가려던 러시아 관광객과 이집트인들이 비행기를 타지 못해 인근 호텔에 투숙하거나 집으로 돌아갔다.
일부 여객기는 이집트 현지에 남아있는 러시아인 관광객들을 태워오기 위해 빈 상태로 샤름엘셰이크 등 이집트 휴양지로 떠났다.
이와 관련,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제1부위원장 스베틀라나 쥬로바는 “이집트에 머물고 있거나 이 나라를 방문하려던 러시아 관광객들은 정부에 화를 내서는 안 된다”며 “대(對)테러 정보 교환 차원에서 외국 정보기관이 러시아 측에 테러 관련 정보를 전달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패키지 여행 상품을 판매했던 여행사들은 고객들에게 이집트가 아닌 터키 등의 다른 나라로 여행지를 바꾸거나 여행 시기를 미룰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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