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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사람이 있다]내전으로 수백만명이 기아 위기…‘아프리카 뿔’의 비극, 티그라이

[여기도 사람이 있다]내전으로 수백만명이 기아 위기…‘아프리카 뿔’의 비극, 티그라이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22-03-25 19:45
업데이트 2022-03-2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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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50만명 90% 이상이 인도적 위기
지난해 7월부터 고립, 식량·의약품 부족
티그라이 출신 WHO 사무총장, 지원 호소
정부군 24일 인도적 휴전 제안…반군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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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의 주도 메켈레에서 주민들이 구호 음식을 받으려고 줄을 서고 있다. 2020년 11월부터 티그라이 반군과 내전을 벌여 온 에티오피아 정부는 24일(현지시간) 인도적 휴전을 선언했다. 2022.3.25 AP 자료사진
지난해 5월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의 주도 메켈레에서 주민들이 구호 음식을 받으려고 줄을 서고 있다. 2020년 11월부터 티그라이 반군과 내전을 벌여 온 에티오피아 정부는 24일(현지시간) 인도적 휴전을 선언했다. 2022.3.25 AP 자료사진
지구촌의 눈이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쏠린 동안, 16개월 가까이 계속된 전쟁으로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코뿔소의 뿔 모양과 닮아 ‘아프리카의 뿔’(소말리아, 소말릴란드, 에리트레아, 에티오피아, 지부티 등 5개국)이라고 부르는 동아프리카 지역의 티그라이(Tigray) 주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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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그라이 위치
티그라이 위치
● 16개월간 내전으로 1만명 숨져
에티오피아에 속한 티그라이에서는 2020년 11월부터 정부군과 반군인 티그라이 인민해방전선(TPLF)가 내전을 벌였다. 수개월 동안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200만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벨기에 겐트대 연구원들에 따르면 적어도 1만명이 숨졌고 230건의 집단학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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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공습을 받은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의 주도 메켈레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0년 11월부터 티그라이 반군과 내전을 벌여 온 에티오피아 정부는 24일(현지시간) 인도적 휴전을 선언했다. 2022.3.25 AP 자료사진
지난해 10월 공습을 받은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의 주도 메켈레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0년 11월부터 티그라이 반군과 내전을 벌여 온 에티오피아 정부는 24일(현지시간) 인도적 휴전을 선언했다. 2022.3.25 AP 자료사진
BBC에 따르면 유엔은 550만명인 티그라이 인구의 90% 이상이 인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 1월 티그라이 주민의 40%가 극도의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굶주림으로 영양실조에 걸린 11만 5000명을 포함해 약 50만명의 어린이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영양실조 비율이 5세 미만 아동의 경우 13%, 임신 및 수유 여성은 60%에 달한다.

미국 구호단체 관계자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대략 70만명이 ‘기아와 같은 상태’에 처해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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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티그라이 인민해방전선(TPLF) 반군들이 트럭을 타고 주도 메켈레에 입성하고 있다. 2020년 11월부터 티그라이 반군과 내전을 벌여 온 에티오피아 정부는 24일(현지시간) 인도적 휴전을 선언했다. 2022.3.25 AFP 자료사진
지난해 6월 티그라이 인민해방전선(TPLF) 반군들이 트럭을 타고 주도 메켈레에 입성하고 있다. 2020년 11월부터 티그라이 반군과 내전을 벌여 온 에티오피아 정부는 24일(현지시간) 인도적 휴전을 선언했다. 2022.3.25 AFP 자료사진
● 유엔 “매일 구호 트럭 100대 보내야”
전쟁으로 정상적인 경작이 불가능해지면서 지난해 식량 수확량은 평년의 절반에 그쳤고 그나마도 바닥이 드러나 주민들은 끔찍한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인도적 지원 외에는 답이 없는 상황이다.

유엔은 티그라이에 매일 트럭 100대 분량의 식량과 의약품, 연료를 실어날라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지난해 7월부터 동서남북 통로가 모두 막혀 말 그대로 고립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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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그라이의 피난민들
티그라이의 피난민들 지난해 5월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 지역의 아굴라 마을 주민들이 구호물자를 받으려고 이웃마을을 향해 걷고 있다. 2020년 11월부터 티그라이 반군과 내전을 벌여 온 에티오피아 정부는 24일(현지시간) 인도적 휴전을 선언했다. 2022.3.25 AP 자료사진
정부군과 반군의 전투로 티그라이 동쪽의 아파르 주에서 들어오는 육로 통로가 막혔고, 티그라이 남쪽 암하라주와 연결된 도로와 서쪽 수단에서 이어지는 도로, 북쪽을 맞댄 에리트레아 국경도 가로막혔다.

12월 중순 이후에는 단 한대의 구호 트럭도 티그라이에 들어가지 못했다.

● 책임 돌리는 정부군과 반군
정부군과 반군 TPLF는 서로를 탓한다. 레제스 툴루 정부 측 대변인은 정부가 인도적 지원을 차단하고 있다는 주장을 일축하면서 TPLF에 책임을 돌렸다. TPLF 역시 “전투 전후나 전투 중에도 우리 군이 구호트럭의 진입을 막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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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시위
에티오피아 시위 에티오피아의 북부지역 티그라이 내전으로 인한 사망자의 구체적 윤곽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AP연합뉴스
티그라이 출신인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티그라이만큼 수백만 명의 사람이 고립된 상태로 인도적 위기를 겪는 곳은 없다”며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난 1월 말 에티오피아 정부가 긴급 의료물자 수송을 허용하자 적십자사는 31대의 화물기를 띄워 필수의약품을 실어날랐다. 유엔은 이달 중순까지 333t의 의약품을 전달했다고 밝혔지만 현지 병원 의료진들은 턱없이 부족한 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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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정부군이 티그라이주 메켈레의 토고가 시장에 공습을 퍼부은 24일(현지시간) 근처 병원에서 부상당한 소녀를 어머니가 돌보고 있다. 메켈리 AFP 연합뉴스
에티오피아 정부군이 티그라이주 메켈레의 토고가 시장에 공습을 퍼부은 24일(현지시간) 근처 병원에서 부상당한 소녀를 어머니가 돌보고 있다. 메켈리 AFP 연합뉴스
● 미국 특사 방문 후 휴전 선언한 정부
에티오피아 정부는 24일(현지시간) 인도주의적 휴전을 선언했다. 티그라이 주민에 대한 긴급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성명을 통해 “휴전으로 인도주의적 상황이 개선되고, 추가 유혈사태 없이 북부 지역의 분쟁 해결을 위한 길이 열리길 바란다”며 반군을 향해 공격을 멈추고 철수하라고 촉구했다.
아비 아흐메드 에티오피아 총리가 지난해 12월 10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시민청에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뒤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아비 아흐메드 에티오피아 총리가 지난해 12월 10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시민청에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뒤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반군인 TPLF도 휴전 제의를 받아들였다. 이들은 “구호물자 전달이 합리적인 시간 내에 재개되는 한 휴전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고 BBC는 보도했다. TPLF는 “적대행위 종식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휴전 협상 의사를 내비쳤다.

이번 휴전 선포는 데이비드 새터필드 아프리카의 뿔 담당 미국 특사가 지난 21~22일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방문해 정부 측과 아프리카연합(AU), 유엔 관리, 인도주의 단체 관계자를 만난 뒤 나왔다.

● 전쟁 시작한 에티오피아 총리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아비 아흐메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AFP 연합뉴스
아비 아흐메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AFP 연합뉴스
그러나 실제로 포성이 멎고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이 재개될지는 미지수다. 반군은 지난해 6월 말 정부군의 일방적 휴전 선언을 거부하고 공격을 계속한 바 있다.

무엇보다 티그라이의 비극을 끝내기 위한 양측의 책임감 있는 평화협상 노력이 절실하다. 지난 2020년 11월 정부군에 티그라이 공격을 지시한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는 20년에 걸친 동아프리카 분쟁을 끝내고 이웃국가들과 화해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인물이다.
오달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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