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꿰맨 삶의 상처들

실로 꿰맨 삶의 상처들

입력 2012-09-15 00:00
수정 2012-09-15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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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자, 12년만에 개인전

그의 작품을 본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하는 말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딱히 크게 별스럽다고 할 만한 것이 없는데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문득 눈물이 흐른다.” 10월 10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2·3관에서 개인전 ‘투 브리드’(To Breathe)를 여는 김수자(55) 작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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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자 작가의 영상 작품 ‘실의 궤적 2부’.
김수자 작가의 영상 작품 ‘실의 궤적 2부’.
빨래, 보따리, 바느질처럼 지극히 여성적인 소재 때문이라고 말하면 설명이 조금 불충분하다. 그 여성적인 행위로 치유의 의식, 그러니까 빨래로 일상의 가난을 털어내고, 보따리로 삶의 조각들을 차별 없이 품어 안고, 바느질로 삶의 상처를 기워 나간다고 해도 반 정도만 차오르는 것 같다.

삶에서 만나는 다양한 문제들을 앞에 두고 그 모든 것이 별것 아닐 수 있고, 바늘을 찔러 넣고 빼내는 과정, 그러니까 길게 보면 숨쉴 때의 들숨·날숨과 다를 바 없고 그 모든 게 우리의 모습이라는 잔잔한 위안이 와 닿아서일 게다. 12년 만에 한국에서 개인전을 열 정도로 해외에서도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면 외국 사람들도 그걸 아는 것만 같다.

이번 전시에는 그간 작업한 7개의 작품이 나와 있다. 그 가운데 처음 공개한 것은 ‘실의 궤적’(Thread Routes). 모두 6부작으로 구상하고 있는 작품인데 1부는 스위스 바젤아트에서 공개했고, 2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하는 것이다.

1부가 페루 쿠스코 인근 ‘성스러운 계곡’(the Sacred Valley), 마추픽추 같은 곳에서 행해지는 바느질과 레이스 만들기를 보여 준다면, 2부는 이탈리아 부라노, 벨기에 브루주 등 유럽 지역의 전통적인 레이스 짜기 현장을 담았다. 실 작업 자체가 그곳의 자연과 문화와 연결돼 있다는 생각 아래 화면에 담은 장면들이다. 이외에도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뭄바이: 빨래터’, ‘보따리-알파 비치’ 등의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02)735-8449.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2-09-1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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