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 수교 20주년 기념 전시회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 저장(浙江)성의 오(吳)나라와 월(越)나라는 치고받으면서 패권을 다투던 라이벌이었다. 한국에도 익숙한 미워하지만, 함께 한배를 타고 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이야기한 오월동주(吳越同舟)이니, 가시나무 위에서 자면서 쓸개즙을 핥으며 패전의 굴욕을 되새겼다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이니 하는 고사성어를 만들어낸 나라들이다. 특히 와신상담의 주인공인 월나라 왕 구천의 이야기는 널리 회자됐다.와신상담의 주인공 월나라 구천의 증손자의 칼로 알려진 ‘월왕의 검’, 농경문화의 시작을 알려주는 중요한 토기. 표면에 벼 이삭이 그려졌다, 금동불상, 청자퇴소관(왼쪽부터)
먼저 1부에서는 신석기 문화를 소개한다. 기원전 5000년 무렵 논농사의 시작을 알렸다 해서 유명한 하모도문화(河姆渡文化) 출토품과 각종 옥기(玉器)가 전시된다. 벼농사를 하는 민족이 가진 특유의 생활 양식이나 사회 구조를 설명하는 도작(稻作)문화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세계적 자료들로, 대표 유물은 영근 벼 이삭이 그려진 토기, 야생 멧돼지가 그려진 토기, 머리가 둘 달린 새 무늬 장신구 등이다. 2부는 하(夏)·상(商)·주(周) 이래 분열과 통합을 거듭한 역사시대 저장성 역사를 위한 코너로 월나라와 오나라의 유물들이 전시된다. ‘월왕의 칼’은 면을 동심원 11개로 장식했고, 칼 한 면에는 독특한 조전(鳥篆·새발자국 모양)체로 ‘월왕주구자작용검’(越王州句自作用劍)이라고 새겨져 있다. 칼집은 흑칠이 된 나무로 만들었고, 뱀을 쥔 신선을 붉은 칠로 그려 장식했다.
3부 ‘저장성의 불교’에서는 이 지역 탑과 사찰 발굴성과를 소개한다. 이곳 항저우(杭州) 뇌봉탑(雷峰塔)은 오대(五代) 오월국 마지막 왕 전홍숙이 비 황씨를 위해 서기 972년 만들기 시작해 977년 완공한 벽돌탑으로 1924년에 붕괴됐다. 이후 저장성박물관의 발굴조사를 통해 아육왕탑과 다라니경, 금동불좌상, 천추만세명 금은합, 천추만세명 별전 등이 출토됐다. 이번 특별전에는 이들 유물을 선보인다.
1127년 이래 남송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저장성은 중국 청자의 본향이다. 4부 ‘청자의 본향’에서 원시청자 이래 명나라 때 가마인 용천요(龍泉窯)에서 구운 청자까지 중국 청자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준다. 특히 전시작품 중 원시자(原始磁)는 상주(商周)시대 이래 고령토를 사용해 섭씨 1250도에서 구워낸 획기적인 발명품이다. 특히 이번에 전시되는 월요(越窯) 또는 월주요(越州窯) 청자는 육조청자와 당대의 비색자기로 이어졌다.
5부 ‘중국회화 5 00년’에서는 명대 심주(沈周), 장굉(張宏) 등이 중심이 된 오파를 비롯해 남북종화론을 내건 동기창(董其昌)이나 청대 정통파 왕휘, 개성 짙은 팔대산인(八大山人) 등의 명·청대 회화를 전시한다.
마지막 6부에서는 저장성박물관이 소장한 공예품을 소개한다. 특히 상약국(尙藥局)이라는 글자가 있는 백자합은 우리나라 보물 1023호 청자 음각 운룡문 상약국명 합과 형태, 문양, 글씨까지 거의 같아 송과 고려가 경제·문화교류에서도 밀접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번 전시는 2010년 두 박물관이 상호교류전시에 합의한 뒤 개최하는 첫 행사로, 이에 대한 교환전시로 ‘신안해저 침전선과 강진 고려청자’ 특별전이 올해 12월 저장성박물관에서 열린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2012-09-2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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