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좋아한 공주는 숙휘공주 아닌 숙명공주”

“고양이 좋아한 공주는 숙휘공주 아닌 숙명공주”

입력 2012-12-11 00:00
수정 2012-12-1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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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덕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



MBC 월화 드라마 ‘마의’에는 조선 제17대 왕 효종(1619~1659)의 넷째 딸 숙휘공주(1642~1696)가 나온다. 드라마에서 숙휘공주는 궁에서 키우는 고양이를 애지중지 보살피고 감정 표현에 솔직한 천방지축 공주로 그려진다.

이종덕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은 그러나 드라마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면서 “고양이를 좋아한 공주는 숙휘공주가 아니라 숙휘공주의 언니인 숙명공주”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그 근거로 효종이 숙명공주에게 보낸 한글편지를 제시했다.

이 연구원은 “17세기 왕실 한글편지를 보면 효종이 공주가 고양이를 안고 있다고 꾸중하는 내용이 있다”면서 “이 편지는 효종이 숙명공주에게 보낸 편지”라고 말했다.

효종이 숙명공주에게 보낸 편지에는 “너는 시집에 가 (정성을) 바친다고는 하거니와 어찌 고양이는 품고 있느냐? 행여 감기나 걸렸거든 약이나 하여 먹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편지는 숙명공주가 받은 편지를 모은 서간집 ‘숙명신한첩’(淑明宸翰帖)에 실려 있으며 ‘숙명신한첩’은 현재 국립청주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숙명공주(1640~1699)는 효종의 둘째 딸로, 이조참판 심지원의 아들 심익현에게 시집갔다.

이 연구원은 “편지를 보낸 시기는 숙명공주가 혼인한 1652년부터 효종이 승하한 1659년까지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효종은 인선왕후 사이에서 아들 현종(1641~1674)을 비롯해 숙신공주, 숙안공주, 숙명공주, 숙휘공주, 숙정공주, 숙경공주 등 1남 6녀의 자녀를 뒀다.

이 연구원은 또 드라마 배경이 효종 대가 아니라 현종 대인데 이미 시집간 현종의 동생 숙휘공주가 궁에 살고 있는 것도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숙휘공주는 효종 4년(1653)에 정제현과 혼인해 오빠인 현종이 즉위한 무렵에는 인상, 효희라는 아들 딸이 있었다. 현종 2년(1661)에는 둘째 아들을 낳았다.

이 연구원은 “공주가 혼인하면 궁 밖에 공주궁을 지어 살았기 때문에 현종 때에는 숙휘공주가 당연히 궁 밖에 살고 있어야 하는데 드라마에는 숙휘공주가 경복궁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현종의 비인 명성왕후(明聖王后)가 딸 명안공주에게 보낸 신년 덕담 편지도 소개했다.

”새해에 잘 지내는(지) 안부 알고자 하며 먼저 적은 편지 보고 든든하고 반가워한다. 새해부터는 무병장수하고 재치기 한 번도 아니하고 푸르던 것도 없고 숨도 무궁히 평안하여 달음질하고 날래게 뛰어다니며 잘 지낸다 하니 헤아릴 수 없이 치하한다.”

이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신년 덕담은 바라는 바를 이미 실현된 것으로 표현했다”면서 이 편지에서 명성왕후도 명안공주의 건강을 바라는 마음에서 ‘잘 지낸다 하니 헤아릴 수 없이 치하한다’라며 공주의 건강 상태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효종과 명성왕후 사이에는 아들인 숙종 외에 세 딸이 있었는데 명안공주는 셋째 딸이다.

이 연구원은 “첫째와 둘째 딸이 일찍 죽어 셋째인 명안공주를 특히 애지중지했다”면서 “다행히 명안공주는 혼인할 정도까지 성장하긴 했으나 역시 오래 살지 못하고 오태주와 결혼한 지 8년 만인 스물한 살에 죽었다”고 말했다.

이 편지는 오죽헌박물관(강릉시립박물관)에 소장된 명안공주 관련 유물(보물 1220호) 중 어필(御筆)에 실려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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