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광해, 왕이 된 남자’

[공연리뷰] ‘광해, 왕이 된 남자’

입력 2013-03-18 00:00
수정 2013-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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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된 스토리·탄탄한 연기… 연극으로 다시 태어난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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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는 아주 잘 정제된 역사드라마 한 편을 보는 듯했다. 배우들의 발성과 호흡, 감정 표현이 완벽하게 조화된 연기가 작품을 더 돋보이게 했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하는 연극 ‘광해’는 “소설과 영화, 모두와 다르다”고 했던 것들을 실현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물론 외압과 암살 시도에 폭군이 된 광해와 그와 닮은꼴인 탓에 ‘칼받이’로 궁에 불려온 하선(배수빈, 김도현), 개혁가 도승지 허균(박호산, 김대종)과 반대파인 이조판서 박충서(황만익)가 만드는 대립 구도는 같다. 조내관(손종학, 김왕근), 호위무사 도부장(강홍석), 중전(임화영), 궁녀 사월(김진아) 등 주요 인물들도 모두 불러냈다.

100분의 연극 ‘광해’는 사건을 선별하면서 270여 쪽의 소설, 130분의 영화와 차별점을 찾았다. 중전이 진짜 광해인지 의심하는 장면, 박충서와 안개시의 독살 음모, 돌아온 광해가 중전에게 하선의 손수건을 던지며 그의 죽음을 암시하는 내용을 걷어냈다. 핵심적인 에피소드는 변형을 시도했다. 하선이 저잣거리에서 하는 광대놀음은 가면극으로 바꾸어 극 흐름을 암시하는 대사를 넣었다. “때로는 가짜가 진짜보다 더 그럴싸할 때가 있네”라는 식이다. 하선이 대신의 얼굴을 구분하는 상황은, 컵을 뒤섞어 공이 들어 있는 것을 찾게 하는 야바위를 응용해 웃음을 끌어낸다. 무표정한 중전이 ‘가짜 광해’에게 마음을 터놓는 장면은 휘영청 밝은 달을 배경으로 꽤 로맨틱하게 그렸다.

진짜와 가짜의 만남은 비로소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성재준 연출은 똑같이 생긴 진짜와 가짜를 한 무대에 세울 수 없는 연극의 한계를 ‘꿈’으로 영리하게 처리했다. 하선의 꿈에 나타난 광해의 말 속에 연극의 메시지도 담았다.

짧은 시간에 인물 관계를 모두 담아내려고 한 바람에 죽은 사월을 끌어안고 하선이 오열하는 심정, 도부장이 하선을 위해 목숨 걸고 싸우는 것 등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내관에게 ‘신체의 비밀’을 묻거나 변기 사용법을 소개하는 어정쩡한 것들을 과감히 털고 허균과 하선의 관계에 집중했다면 “진짜 왕이 되라”는 허균의 제안이 더 설득력을 갖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기가 다들 훌륭해 캐스팅별로 비교해 가면서 봐도 좋을 것 같다. 기울어진 궁궐 기둥을 세운 세트(무대 박성민), 가슴을 울리는 북 소리(연주 이충우)는 긴장감을 적절하게 표현한다. 4월 21일까지. 3만 5000∼5만원. (02)3014-2118.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2013-03-1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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