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창극 ‘서편제’

[공연 리뷰] 창극 ‘서편제’

입력 2013-03-29 00:00
수정 2013-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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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화 위에 얹은 서정적 우리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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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은 김성녀 예술감독 체제 들어 많은 시도를 했다. 지난해 말에는 소리 중심의 창극에서 과감하게 탈피하고 연극적인 기법을 접목해 스릴러 창극 ‘장화홍련’을 선보였다. 이어 유실된 판소리를 창극으로 복원한 ‘배비장전’을 내놨다. 호불호가 다소 엇갈리기는 하지만, 시도 자체에 대한 평가는 후했다. 김 예술감독의 시도는 올해도 계속된다. 그 첫 시도는 소리꾼의 삶을 다룬 ‘서편제’다. 고(故) 이청준 작가의 소설 ‘서편제’는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 다양한 양식으로 변주됐다. 다소 식상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시 창극으로 만드는 배경을 김 예술감독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30~40년 동안 소리를 위해 수련하는 소리꾼의 모습이 유봉, 동호와 송화 남매가 득음을 찾아가는 과정과 닮아있다”고 설명했다.

27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 창극 ‘서편제’는 아름다운 수묵화에 우리 소리를 얹은 서정적인 모습이었다. 무대에는 판들이 높낮이 차를 두고 켜켜이 놓여 있다. 먼 산을 보는 듯 원근감이 살아있고 언덕이 쌓인 듯 입체적이라, 막이 오르면 관객들이 탄성을 자아낸다. 유봉, 송화, 동호가 소리를 찾아 유랑하는 길이기도 하고, 죽은 송화의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풀어내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무대 전체를 비추는 수묵화 영상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사계절을 담은 풍경을 완성한다.

작창(作唱) 대신 상황에 맞게 ‘춘향가’, ‘적벽가’ 등 판소리 다섯 마당의 눈대목과 민요를 심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리는 ‘심청가’다. 눈먼 송화가 신세 한탄을 하면서 부르는 심청가는 공감을 얻는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다. 노년이 된 송화와 동호가 창 밖으로 하얀 눈이 내리는 영상을 배경으로, 심봉사가 눈 뜨는 대목을 함께 부른다. 송화와 동호가 함께 “떴구나!”라며 내지르는 소리와 함께 그들 위로 하얀빛이 번쩍할 때면, 그들이 겪었을 모든 애환과 고통, 절규가 해소되는 느낌이 확실히 전해진다.

‘서편제’는 창극단의 신구세대가 조화를 이룬다. 영화 ‘서편제’에서 감동을 선사한 안숙선 명창과 김금미가 노년 송화를 맡았다. 신입 단원인 민은경과 김준수가 각각 어린 송화와 어린 동호로서, 대선배들과 호흡한다.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가 연출을 맡고, 극작가 김명화, 작곡가 양방언, 무대디자이너 박동우 등이 참여했다. 31일까지. 2만~7만원. (02)2280-4114.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2013-03-2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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