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치’ 조재현 “연기하면서 신나고 힘이 팍팍 솟아”

‘펀치’ 조재현 “연기하면서 신나고 힘이 팍팍 솟아”

입력 2015-01-08 08:22
수정 2015-01-08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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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극 1위 올라선 SBS ‘펀치’서 부패한 이태준 검찰총장 역”배우로서 너무 이해되고 연민 느껴지는 매력적인 캐릭터”

“말도 마세요. 그 장면 찍느라 새벽 3시에 짜장면 네 그릇을 먹어치웠는데 배가 얼마나 불렀는지 몰라요. 그때 내 배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처음 한 그릇은 마침 배가 고파서 맛있게 먹었어요. 근데 그 다음 세 그릇은 죽을 맛이었습니다. 그 장면 이후에 찍은 신들에서는 제가 퉁퉁 불어보일 겁니다. (웃음)”

지난 연말 최고의 ‘먹방’으로 시청자의 엄지손가락을 집합시켰던 장면에 대한 조재현(50)의 설명이다.

SBS TV 월화극 ‘펀치’의 12월29일 방송에서 조재현과 김래원이 각기 다른 방에서 서로에 대한 적대감과 분노를 감춘 채 호기롭게 짜장면을 먹어치우는 장면이었다. 김래원은 자신의 방에 몰래 설치된 CCTV를 정면으로 노려보면서, 조재현은 자신의 방에서 그 CCTV를 연결한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면서 각자 따로 짜장면을 먹었다.

이 장면은 살풍경 그 자체였고, 짜장면 먹방 신이 카리스마와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

조재현은 7일 전화통화에서 “배는 터질 것 같았지만 찍으면서 정말 좋았던 장면이었다”며 웃었다.

조재현은 전날에는 칡뿌리 먹방도 선보였다. 자신의 형이 죽으면서 남긴, 굵은 칡뿌리를 우적우적 씹어먹으며 눈물을 삼키는 장면이었다.

”그 칡뿌리 진짜 맛있더라”며 웃은 그는 “짜장면도 그렇고 칡뿌리도 그렇고 우리 드라마는 먹는 장면 등 신과 캐릭터 구성이 독특하고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6일 방송 마지막에 이태준이 윤지숙(최명길 분) 법무장관을 옴짝달싹 못하게 몰아세우다 돌연 ‘솔직히 말해보이소…. 화장품 어디 꺼 씁니까?’라고 느물느물하게 묻는 장면도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그 대목에서 그렇게 물어볼 줄 누가 알았겠어요? 정말 대본에 남다른 묘미가 있어요.”

조선 건국의 일등공신으로 대의를 가슴에 품고 바른 길, 큰 길로만 걸어가려했던 정도전이 1년 만에 안면몰수하고 부패하고 타락한 검찰총장 이태준으로 돌아왔다.

정도전에 열광했던 시청자는 이제 이 못된 이태준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앞서 KBS는 2014 연기대상에서 ‘정도전’을 연기했던 조재현에 최우수연기상을 안겼다.)

자신의 입신양명, 자기 형제의 안위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온 이태준의 독사같고 맹견같은 활약상은 ‘펀치’를 6회 만에 월화극 시청률 1위로 올렸다. 지난 6일 방송된 7회에서는 10.1%로 마침내 두자릿수 시청률로 진입하기도 했다.

’추적자’로 대박을 친 후 ‘황금의 제국’으로 다시 한번 필력을 과시했던 박경수 작가의 신작인 ‘펀치’는 검찰세계의 이전투구, 권력과 부의 어두운 속성을 정면으로 그리며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억센 경상도 사투리로 포장한 구수함 뒤에 날카로운 ‘이빨’을 숨긴 채 음흉한 미소를 짓고, 뱀같은 권모술수를 끊임없이 구사하는 이태준 검찰총장이 있다. 배우 조재현이다.

”대본이 아주 좋아요. 연기하면서 신이 나고 힘이 팍팍 솟을 때가 있어요. 이태준을 연기하는 게 아주 즐거워요.”

시청자가 보기엔 당장 구속시켜야하는 이태준이지만, 조재현에게는 이보다 매력적인 역할이 없어 보였다.

조재현은 “초반에 시청률이 저조했을 때도 우리끼리는 분위기가 엄청 좋았다. 그만큼 대본이 좋고 배우들의 연기가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약점이 있듯, 이태준 역시 그 자리에 올라서기까지는 정도가 아닌 길을 밟기도 했죠. 이제는 수몰된 시골에서 부모 없이 어렵게 자라나 콤플렉스도 많고, 오로지 성공만을 보며 달려오면서 하나밖에 없는 형과의 형제애가 남다른 인물입니다. 이태준을 연기하는 사람으로서는 너무나 이해되고 연민이 느껴지는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이태준은 함께 부패를 저질러왔던 형이 궁지에 몰려 동생의 앞길을 위해 자살을 선택하자 돌아버린다. 자신이 검찰총장에 오르기까지 온갖 더러운 일을 다 처리해줬던 심복 박정환(김래원 분)마저 형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를 씌워 지옥으로 보내버리려한다.

”이태준에게 형의 죽음은 엄청난 일입니다. 이태준의 동력은 형제애였거든요. ‘형제는 용감했다’인데 그런 형이 자기를 위해 죽었으니 복수심에 활활 불타오르는 거죠.”

대본이 8회까지밖에 안나와서 뒷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그러나 ‘펀치’의 끝은 분명하다. 김래원이 연기하는 박정환 검사가 죽는다는 것. ‘펀치’ 1회에서 뇌종양으로 시한부 3개월을 선고받았던 박정환에게는 이제 두달만 남은 상태다.

조재현은 “보통 작가라면 이태준이 검찰총장에 오른 후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까지 노리는 과정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풀어갈텐데 우리 드라마는 딱 3개월을 설정해놓고 시작했다”며 “딱 3개월간 검찰의 세계를 그리겠다는 것은 웬만한 필력과 자신감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제 7회가 방송됐는데 앞으로 도대체 어떻게 이야기를 끌고 나갈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까지는 대본이 정말 좋았다는 것은 분명해요. 모두가 감탄하니까요. 아마 후반부에서는 이태준의 변화에 대해 고민해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형에 대한 복수심에 이글이글 타고 있는 이태준의 악행에 어떤 변화가 오지 않을까 싶어요.”

’추적자’와 ‘황금의 제국’도 그렇고, 이번 ‘펀치’까지 권력과 부의 어두운 속성을 해부하는 박 작가의 작품은 스토리로서 짜릿함을 안겨주는 한편으로는 현실에 대한 냉정한 묘사로 상당한 열패감과 위화감을 조성한다. 판타지도 없고, ‘닥치고 해피엔딩’도 없다. ‘펀치’를 보다보면 검사들이, 권력자들이 실제로 다 썩은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조재현은 “이런 드라마가 나오는 것은 그 내용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떠나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우리 모두 나아가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펀치’는 지금 검찰조직이 썩었다며 그걸 고발하고 부채질하자는 드라마가 아니에요. 잘못하고 오만한 검사도 물론 있겠죠.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깨끗한 사람만이 사는 게 아니잖아요? 이런 드라마를 통해 좀더 새롭고 발전하는 검찰을 기대하는 마음을 담아내는 거죠. 박 작가가 모든 인물을 사람처럼 그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실제로 우리 드라마 속 인물들이 모두 현실 속 사람들 같잖아요? 극중 이호성(온주완) 검사의 대사 중에 ‘나쁜 사람, 덜 나쁜 사람. 지금 내 앞의 선택은 똑같네’라는 게 있는데 그게 참 와닿았어요. 그러한 현실적인 이야기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해보자는 것 아닐까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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