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작가 “’미생’ 울며불며 봐…참 잘 만들어”

김수현 작가 “’미생’ 울며불며 봐…참 잘 만들어”

입력 2015-02-03 07:09
수정 2015-02-03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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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SBS 50부작 주말 드라마로 컴백”드라마는 장난 아니야…인간의 얘기 써야”

“드라마라는 건 사람을 순화시키고 정화시키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간의 얘기를 쓰면서.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 점에서 작년에 ‘유나의 거리’와 ‘미생’을 아주 잘 봤어요.”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노(老) 작가의 목소리는 흔들림없이 카랑카랑했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실려오는 생각은 젊었다.

한국 드라마계의 대모 김수현(72) 작가는 2일 제주도에서 전화를 받았다.

2009년 명예 제주도민으로 위촉된 이래 서울과 제주도를 오가며 생활하는 김 작가는 “올해는 작품 계획이 없어 제주도에서 많이 지내고 있다. 운동하면서 건강하게 잘 지낸다”고 말했다.

드라마 시청률은 갈수록 양극화하고, 그런 와중에 비슷한 ‘스펙’을 갖춘 ‘막장 드라마’가 아침저녁으로 범람하는 상황에서 이 백전노장 드라마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TV를 보고 있을지 궁금해 전화를 걸었던 터였다.

시원시원한 어법의 김 작가는 ‘막장 드라마’ 얘기가 나오자 “거기에 대해서는 더는 할 말이 없다. 내가 진작에 (이런 거 안보고) 은퇴했어야 했는데…”라며 말을 아꼈다.

그간 막장 드라마의 폐해에 대해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지적한 터라 ‘더는’ 할 말이 없다고 선을 그은 그는 “더 말해봤자 욕이나 먹을 것”이라며 껄껄 웃었다.

대신 그는 “’유나의 거리’와 ‘미생’을 아주 잘 봤다. ‘유나의 거리’는 내 홈페이지를 통해 두어 차례 언급했는데 곧바로 또 ‘미생’을 이야기하는 게 좀 그래서 ‘미생’은 거론하지 않았는데 참 잘봤다”고 말했다.

’미생’은 주로 30~40대 직장인이 열광한 드라마였다.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키며 지금도 후폭풍이 강하지만 70대 작가가 애청했다는 경험담은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세 번 결혼하는 여자’ ‘무자식 상팔자’ ‘천일의 약속’ ‘인생은 아름다워’ 등 그가 최근 4년간 선보인 작품을 보면 작가의 마음과 필력의 나이가 얼마나 젊은지 확인할 수 있다. 그가 드라마에서 그리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여느 젊은 작가의 그것을 무색하게 만든다.

김 작가는 “’미생’을 울며불며 봤다. 애들이 너무 가여웠고 안쓰러웠다. 난 그 드라마를 재미로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직장인만 공감하란 법 있나요. 자식 가진 사람들도 다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잖아요. 먹고 사는 게 정말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줬잖아요. 인물들 모두 다 현실에 있음직한 사람들이었고요. 배우들은 더 이상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싶게 참 잘했어요.”

두 팔 벌린 극찬이었다.

”쉬고 있을 때는 거의 모든 드라마를 1~2회는 다 챙겨봐요. 그러고서 마음에 들면 계속 따라가죠. 막장 드라마가 넘쳐나는 것을 보면 회의를 느끼다가도 ‘미생’ 같은 거 보면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앞서 김 작가는 지난해 6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시청률이 하늘을 찔러도 황당한 이야기는 안 보게 되고 음모, 술수, 잔꾀는 불쾌해서 못 보는 괴팍한 사람이라, 멈추고 볼만한, 기다려서 보는 드라마를 그리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면서 ‘유나의 거리’의 김운경(61) 작가에 대해 “따뜻한 마음과 시각이 진정으로 부럽다. 동업자인 것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고 밝혔다.

또 이어 11월에는 “’유나의 거리’는 어젯밤 끝났네요. 타락 안 하고 초지일관한 김운경 작가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하하하”라고 찬사를 보냈다.

김 작가는 “’유나의 거리’에 나오는 사람들은 정말 찌질하고 거짓말도 잘한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사람으로 보인다. 참 귀엽지 않나”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화제 속에 막을 내린 SBS TV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이후 쉰다는 그는 2015년 초 SBS 50부작 주말드라마를 통해 컴백할 예정이다.

”아무것도 아닌 얘기를 쓸 겁니다. 물 같은 얘기를 쓸 거에요. 보다가 고요히 잠들 수 있는 그런 드라마를 쓰려고 합니다. 시청률은 모르겠어요. 시청률과 작품성은 항상 같이 가는 게 아니더라고요. SBS에다가는 1.2% 나올 수도 있다고 했어요. 하하.”

종편채널에서 방송한 ‘무자식 상팔자’도 시청률 10%를 넘긴 작가의 말이니 ‘물론’ 농이다.

김 작가는 “요즘 작가들이 죽을 힘을 다해도 시청률 10%를 넘기기 어려워졌더라. 하지만 그렇다고 드라마가 장난도 아니고, 인간의 얘기를 그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하반기에 신작 집필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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