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원년 멤버들과 ‘빅쑈’ 출연…”다시 나이키 춤 연습하려니 힘들어요”
“이 나이에 다시 나이키 춤을 추려니 얼마나 힘든지 몰라요. 그래도 즐거워서 웃음이 절로 납니다.”’영턱스클럽’ 원년멤버 임성은
90년대 그룹 영턱스클럽 원년멤버 임성은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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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은은 오는 21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백투더나인티스 빅쑈’(BACK TO THE 90’s BIG SHOW) 콘서트에 영턱스클럽 원년 멤버들과 무대에 오른다.
’절친’인 가수 도원경의 데뷔 20주년 콘서트에 참가하기 위해 작년 말 잠시 국내 들어왔던 그녀는 이 공연 때문에 남편이 있는 필리핀으로 돌아가는 일정도 변경했다.
”가끔 한국 들어오면 멤버들 만나 술도 한 잔씩 하고 그랬어요. 이번에 왔더니 (최)승민이가 이렇게 온 김에 한번 (공연) 해보자고 해 용기를 냈습니다.”
그렇게 임성은과 최승민, 한현남 등 원년 멤버 5명 중 3명이 모였다. 1집 활동을 함께했던 송진아와 지준구는 개인 사정으로 아쉽게 빠졌다. 대신 2집 때 합류한 박성현이 함께한다.
”진아는 직장인이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마침 일본 출장을 간다고 하더라고요. 다 같이 무대에 설 기회인데 너무 아쉽습니다.”
공연이 3주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어서 멤버들은 밤마다 모여 한창 연습 중이다.
전날도 새벽 1시까지 연습했다는 그녀는 “5명이 할 역할을 4명이 나눠 하려니 구도를 조금 바꿀 수밖에 없지만 안무는 대부분 똑같이 하려 한다. 그런데 이 나이에 다시 나이키 춤을 추려니 마음과 몸이 따로 노는 게 너무 어렵다”며 크게 웃었다.
멤버들은 이번 콘서트에서 ‘정’, ‘못난이 콤플렉스’, ‘타인’ 등 3곡을 선보인다. 1996년 발표한 데뷔앨범에 수록된 ‘정’은 영턱스클럽 이름을 대중에 알린 당대 최고 히트곡이다.
임성은은 “그때는 한곡 갖고 일년씩 활동하고 그랬다”면서 “1996~1997년은 어디를 가도 ‘정’이 들렸다”고 회고했다.
당시 1세대 아이돌그룹 H.O.T와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놓고 격전을 벌인 것도 이젠 추억이 됐다.
그녀는 “방송사에서 일부러 우리와 H.O.T를 대결 구도로 놓곤 했는데 현장투표에서 항상 밀렸다”면서 “그러다가 우리가 ‘가요톱10’에서 H.O.T를 제치고 5주 연속 1위를 했는데 그때 감격해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녀가 감격에 겨워 눈물을 쏟던 영상은 그 이후로 한동안 ‘가요톱10’ 배경 화면으로 사용됐다.
영턱스클럽은 5주 연속 1위에 이어 그해 연말 시상식에서 신인상과 가수 대상도 거머쥐었다. 귀여운 캐릭터인 여성 멤버 3명은 특히 주목을 받았다. 이 중에서도 메인 보컬로 그룹의 중심축이었던 임성은은 통통한 볼 살과 귀여운 덧니로 방송 쪽에서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그녀는 방송사로부터 ‘뽀미언니’ 제의를 받은 적도 있다고 얘기했다.
영턱스클럽 하면 임성은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메인 보컬로 존재감이 있었지만 정작 영턱스클럽에는 가장 마지막에 합류했다.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작곡가 선생님들을 찾아다닌 끝에 1992년 록 발라드 음반을 하나 냈습니다. 그러다가 1994년 오디션을 통해 당시 인기있던 투투의 객원 멤버로 활동하게 됐어요. 이주노 대표님이 투투의 ‘바람난 여자’ 안무를 하셨는데 어느 날 개인적으로 준비 중인 그룹에 메인 보컬이 필요하다며 제게 합류를 제안하셨습니다.”
스스로 ‘몸치’라고 밝힌 그녀는 이미 춤으로 ‘날리던’ 멤버들을 따라잡기 위해 연습실에 혼자 남아 연습을 반복했다고 회상했다.
”나이는 제일 많은데 자꾸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자존심이 많이 상했었거든요. 연습실 열쇠 만들어 밤마다 혼자 가서 연습도 많이 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영턱스클럽으로 생애 최고의 인기를 누리지만 그녀는 1집 활동을 끝으로 영턱스클럽을 떠나 솔로로 전향했다. 이를 두고 그녀가 인기를 얻자 솔로 활동 욕심을 냈다거나 멤버들 간 갈등이 컸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소문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임성은은 강조했다.
”저도 영턱스클럽을 통해 살면서 가장 큰 인기를 얻었는데 왜 나가려 하겠어요. 회사 지시를 그냥 따랐을 뿐이에요. 제 의사가 아니었는데 소문은 그렇게 나서 얼마나 억울했는지 모릅니다.”
솔로 데뷔 이후 ‘미련’, ‘짝사랑’ 등 ‘정’과 비슷한 느낌의 곡을 계속 발표하지만 영턱스클럽의 이미지를 극복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한동안 활동이 뜸하던 그녀는 2006년 결혼 소식과 함께 필리핀으로 건너갔다. 그후 그녀가 보라카이에서 스파 사업을 시작해 성공을 거뒀다는 소식이 방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전해졌다.
그녀는 “남편이 다이빙 강사여서 필리핀에 갔다가 아름다운 해변에 푹 빠져 계속 있게 됐다. 원래 마사지를 좋아해 사업까지 시작하게 됐다”면서 “이제 10년 다 됐는데 사업이 꽤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그 사이 영턱스클럽은 멤버 교체가 거듭되며 인기가 하향 곡선을 그렸다. 마지막 앨범이 나온 2011년에는 원년 멤버 중 최승민만 남았다.
임성은은 외국에 체류 중이어서 국내서 복고 열풍을 불러일으킨 ‘무한도전 - 토토가’를 뒤늦게 봤다고 밝혔다.
그녀는 “한국 들어왔더니 다들 환대해주셔서 어리둥절했다”며 “뒤늦게 ‘토토가’를 보니 예전 생각이 들어 만감이 교차했다. 다 저희와 같이 활동했던 분들 아니냐”고 말했다.
1990년대 가수들이 재조명되면서 그녀가 새 앨범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최근 포털사이트에서 핫이슈가 되기도 했다.
임성은은 “무한도전 방송이 나오기 전부터 계획했던 것”이라며 “원경(도원경)이의 부탁으로 콘서트 무대에 섰더니 희열이 느껴져 다시 활동해보기로 결심했다. 정말 오래 망설였는데 한번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음반 발매와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아무것도 세워지지 않은 상태라고 임성은은 덧붙였다.
”나이 들어서 다시 나오는 모습이 좋지 못하다고 생각해 많이 망설였습니다. 제가 용기를 내지 못하니 주위에서 그러더라고요. 너만 늙은 게 아니라 팬들도 다 같이 늙어가고 있다고, 그러니까 네 지금의 모습을 다 이해해줄거라고요. 음반을 낸다면 그냥 제 모습 그대로, 편안하게, 진솔하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제가 영턱스 때도 그랬잖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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