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지 않은’ ‘전설의 마녀’ ‘장수상회’ 등 드라마·영화서 잇달아 조명
“왜 자꾸 언니라고 불러요? 내가 진짜 언니도 아닌데.”(김혜자)”그럼…이모라고 부를까요?”(장미희)
지난 11일 방송된 KBS 2TV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극중 연적 관계로 설정된 김혜자(74)와 장미희(58)가 정색을 하며 주고받은 대사다.
“왜 자꾸 언니라고 불러요? 내가 진짜 언니도 아닌데.”(김혜자)
”그럼…이모라고 부를까요?”(장미희)
지난 11일 방송된 KBS 2TV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극중 연적 관계로 설정된 김혜자(74)와 장미희(58)가 정색을 하며 주고받은 대사다.
”그럼…이모라고 부를까요?”(장미희)
지난 11일 방송된 KBS 2TV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극중 연적 관계로 설정된 김혜자(74)와 장미희(58)가 정색을 하며 주고받은 대사다.
이들이 연기하는 강순옥과 장모란에게는 아직도 사랑이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조만간 죽은 줄 알았던 ‘철희 오빠’가 다시 이들 두 여자 사이에 나타나면서 세 ‘어르신’들의 3각 관계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장모란의 ‘철희 오빠’이자 강순옥의 남편 김철희 역은 여든살의 이순재가 맡았다.
’노년’이라고 부르면 이제는 왠지 당사자들이 화를 낼 것만 같은 ‘어르신’들의 사랑이 드라마와 영화에서 잇달아 조명되고 있다.
예전같으면 ‘망측하다’거나 ‘장사가 되지 않는다’며 제작자나, 시청자나, 관객이나 모두 외면했을 이런 어르신들의 사랑이 어느새 대중문화의 주요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60~70대가 ‘신 중년’으로 자리매김하고, 특히 지상파 드라마에서는 이들의 시청 파워가 날이 갈수록 세력을 키워가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KBS 문보현 드라마국장은 “대중문화, 특히 드라마는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야하는데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년층의 사랑은 이제 현실이 됐다”며 “현실을 반영하려는 제작진의 노력과 맞물려 노년의 사랑은 앞으로도 계속 조명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내 나이가 어때서~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가수 오승근이 2012년 발표한 ‘내 나이가 어때서’가 ‘한국인의 애창곡’ 1위를 차지했다는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 ‘신 중년’과 ‘신 노년’의 사랑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닌 세상이 됐다.
”내 나이가 어때서~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를 외치는 이 노래의 가사처럼 현재 드라마에서는 어르신들의 사랑이 만개하고 있다. 관련 영화도 개봉 대기 중이다.
지난 8일 종영한 MBC TV 주말극 ‘전설의 마녀’의 마지막회는 각기 배우자와 사별하고 오랜 세월 홀로 살아온 할아버지 박이문과 할머니 심복녀의 결혼식으로 하이라이트를 찍었다.
박인환(70)과 고두심(64)이 연기한 박이문과 심복녀의 애틋하고 구수한 러브스토리는 ‘전설의 마녀’가 방송되는 내내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다뤄졌고 마침내 결실을 봤다.
’복녀 씨’는 “이 나이에 무슨” “망측하게시리”라며 ‘이문 씨’의 공세에 주저했지만, ‘이문 씨’는 사랑하는 여인을 옆에 두고도 부부로 살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낀다며 적극적으로 ‘복녀 씨’에게 대시했다.
’전설의 마녀’에서는 이와 함께 코믹한 아이템으로 김수미(66)-권성덕(74) 커플의 이야기도 감초처럼 녹여냈다. 여전히 스스로를 ‘젊은 언니’로 여기는 김영옥(김수미 분)은 보청기에 틀니를 끼고 다니면서 자신에게 대시하는 호호 영감(권성덕)을 ‘보청기 씨’라고 부르며 진저리를 쳤다.
그러나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김영옥은 혼자였고, ‘보청기 씨’는 보란 듯이 다른 할머니에게 새 장가를 드는 반전으로 드라마는 또다른 웃음을 안겨줬다.
KBS 1TV 일일극 ‘당신만이 내사랑’에서는 강남길(송덕구 역)-김해숙(오말수) 커플이 ‘알콩달콩’ 중이고, MBC TV 주말극 ‘장미빛 연인들’에서는 박상원(이영국)과 장미희(고연화), 이미숙(정시내)이 진한 중년의 3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막을 내린 KBS 2TV 주말극 ‘가족끼리 왜이래’에서는 유동근(차순봉)-김서라(미스 고) 커플이 로맨스를 펼쳐보였다.
어르신들이 연애하는 모습은 20~30대와 다를 바가 없다. 만나면 좋고, 가슴이 떨려 얼굴이 빨개진다. 서로에게 잘 보이려 단장을 하고 함께 영화를 보거나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가며 데이트를 한다.
문보현 국장은 “이제는 60~70대의 사랑도 칙칙하지 않게 그릴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실제로 현재의 60~70대가 생물학적으로 과거에 비해 젊기 때문에 그들의 욕망과 사랑을 그리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황혼의 로맨스에 대한 시선 나날이 바뀌어”
다음달에는 스크린에서도 노년의 사랑이 펼쳐진다. 박근형(75)과 윤여정(68)이 주연하고 강제규 감독이 연출한 ‘장수상회’다.
’장수상회’는 재개발을 앞둔 동네의 장수마트를 중심으로 ‘똥고집’의 까칠한 노인 성칠(박근형 분)이 어느날 옆집으로 이사 온 친절하고 예쁜 할머니 금님(윤여정)을 만나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따뜻한 가족애를 담은 작품이다.
이에 앞서 2010년에는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가 주연해 황혼의 로맨스를 그린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개봉했다. 불과 5년 전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이같은 영화의 시장성에 회의를 느끼는 시선이 많았다면, 지금 ‘장수상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때와 사뭇 달라진 느낌이다. 그만큼 해가 다르게 어르신들의 사랑에 대한 시선이 바뀌고 있다.
’전설의 마녀’를 제작한 팬엔터테인먼트의 윤고운 제작팀장은 “중년의 로맨스, 황혼의 로맨스를 기획한 지는 몇년 됐다. 그런데 실제 제작으로 성사되지 못하다가 이번에 ‘전설의 마녀’에서 그리게 됐다”며 “예전 같으면 그런 소재를 드라마에 넣으면 ‘다 늙어서 무슨 사랑 이야기냐’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을텐데 지금은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50~60대도 제2의 사랑을 꿈꿀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드라마에서 그런 이야기를 그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됐다. 앞으로 특히 연속극에서는 이런 소재가 한 축을 차지하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동안은 드라마나 영화가 젊은층의 사랑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이렇듯 중년과 노년의 사랑으로도 소재가 확대되면서 이야기는 풍성해지게 됐고, 시청자와 관객들의 선택의 폭도 넓어지게 됐다.
배우들이 반가워하는 것은 물론이다.
윤 팀장은 “중장년 이상의 배우들도 늘 멜로연기를 꿈꾼다. 누군가의 부모나 조부모의 역할에 머물지 않고 자신들의 러브스토리를 그린다는 데 안 좋아할 배우가 어딨겠나”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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