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주최 국제심포지엄…”식민지배 책임 메시지 구체화해야”
우리 정부가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전쟁 중 일어난 여성에 대한 성폭력 문제로 부각하는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전시 성폭력 문제’를 넘어 식민 지배라는 역사적 차원에서도 조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여가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1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전쟁과 폭력의 시대, 다시 여성을 생각하다’ 국제학술 심포지엄에 참석한 국내외 학자들은 일본군 위안부는 국가가 나서 개입한 식민지배의 결과물이자 세계 유례없는 사건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한발 더 나아가 ‘식민지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민지성’이란 식민지주의가 야기한 전쟁과 폭력, 식민지 지배, 노예제, 성노예제, 인종·민족·성에 의한 차별적 지배 등 인도에 반하는 죄나 책임을 뜻하며 최근 몇년 새 부각된 개념이다.
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식민지성’ 주제 발표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보편적, 인권적인 접근도 중요하지만 역사적 진실에 다가간다는 차원에서 ‘식민지성’을 규명하는 것이 또 다른 숙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가 “다른 나라에서의 전쟁이나 내전 중 벌어진 강간 등과 달리 일본군 위안부는 하나의 제도로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성노예 동원과 위안부 운용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식민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가 체계적으로 개입한 사실은 명확하다”면서 “이 점에서 일본군 위안부는 과거나 현재에 일어난 대부분의 전시 하 여성폭력과 확실히 구분된다”고 밝혔다.
나카노 도시오(中野敏男) 일본 도쿄외대 교수는 ‘전쟁 책임론에서 식민지 책임론으로’ 주제 발제문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전쟁 책임을 얘기할 때는 ‘전시’라는 특정 시공간을 다루게 된다는 문제를 가리킨다”면서 “’식민지 책임’으로 확장시키면 시공간이 확장된다”고 말했다.
전시는 1931년 만주사변부터 1945년 패전까지로 한정되나 식민지 책임으로 하면 전후의 사건에 대해서도 문제화가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그는 또 식민주의의 관점에서 파악해야 전시포로·비전투원·민간인에 대한 다양한 잔학행위, 전시 강제연행·노동,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이 전체적으로 밝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카노 교수는 “위안부 제도는 일본군이 설치를 정식 결정해 명령하고, 이를 직접 감독·통제하고 유지·확대시킨 것이니 일본국가와 일본군은 특별한 법적 책임을 안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와 관련 “개개인 병사가 하수인이었다고 하더라도 전쟁터에서 많이 발생한 강간에 대한 군 전체의 책임은 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당시 세계 추세에 반해 공창제를 계속 유지하고 식민지에도 이를 이식한 일본 국가의 책임도 무겁다”고 덧붙였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식민지 지배 책임이라는 한국으로부터의 발신을 구체화시키는 것이 지금 주어진 과제”라고 말했다.
또 대만의 민족학자인 젠유펜은 대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를 소개했다. 그는 대만의 일본군 위안부 역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으나 아직 국가나 사회 전반에서 이 문제를 깊이 다루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김복동 할머니가 참석해 14살 나이에 위안부로 가게 된 사연을 이야기했다.
군복 제조 공장에서 일하는 줄 알고 끌려간 김 할머니는 “죽기 전에 좋은 소식을 듣고 죽어야 할 텐데 아직까지 산넘어 산이다”라며 “일본은 우리 소녀들을 끌고 가서 희생시킨 것을 명백하게 사죄하고 우리의 명예를 회복시켜달라. 나라는 해방됐지만 우리는 아직도 해방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과거 신문사 재직 중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 선도적으로 보도한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 전 일본 아사히 신문 기자는 자신의 기사에 대해 날조라고 비방한 언론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발표문에서 “나에 대한 공격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없애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용기를 내서 체험을 고백한 전 위안부 할머니들의 존엄에 상처를 입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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